매일신문

이웃-건설회사 김승규사장의 '복지 경영'

'내게 집이 남아 있는 한 우리 회사 직원이 돈 때문에 여기 저기 손 벌리는 꼴은 못 본다'.

대구의 전문 건설업체 김승규(49·구일건설) 사장이 표방하는 사원복지 정책의 한 단면이다. 그의 회사 30여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돈을 빌려 써고 있다. 한 사람당 평균 1천 500만원, 물론 무이자다. 얼마 전까지는 전직원의 자동차 종합보험료까지 회사에서 지불했다. 요즘은 조금 힘들어 책임 보험료와 엔진오일 비용을 대신 지불한다고 김 사장은 미안해했다. 서슬퍼랬던 IMF 때도 월급이며 보너스를 꼬박꼬박 지급했다.

IMF때도 보너스 꼬박꼬박

파격적인 복지정책 덕분일까. IMF와 더불어 대구의 우량 건설업체들이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그의 회사 규모는 죽순처럼 쑥쑥 솟아났다. 1992년 창업당시 약 2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이 올해는 1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했다.

"30여명 사원들이 똘똘 뭉쳤는데 사업이야 잘 될 수밖에 없지요" 회사가 사원을 위해 모든 걸 바치니 사원들도 모든 걸 바치더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 사장은 부산 지방 국토청 건설부 소속 공무원 출신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하는 동안 건교부에 손을 벌려 본 일이 한번도 없단다.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부탁하는 대신 꼼꼼하게 공사를 처리한다. 일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도록 만드는 셈이다. 다 지어놓은 3천 500만원 짜리 다리 난간을 해머로 두들겨 깨버린 일도 있을만큼 그의 꼼꼼함은 지독하다.

사무실에 비치된 건설교통부 장관상, 한국 도로공사 표창장 등 10 개도 넘는 표창장은 김 사장의 완벽주의와 사원복지주의의 결과물처럼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하자'도 없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마음에 안들면 부수고 다시

김 사장은 대단한 발명가이기도 하다. 거창할 뿐 별 쓸모도 없는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시설물이나 장비를 14개나 발명했다. 그 중 8개를 특허 신청, 2개는 이미 특허를 받았고 6개는 심사중이다.

그는 1년에 3번씩 전 사원 정신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정신교육이라지만 차트를 걸어놓고 지휘봉을 휘둘러대는 식의 딱딱한 교육은 아니다. 소풍삼아 가까운 절을 찾아 서로 가슴에 담아 둔 이야기를 쏟아내고 듣는다. 그런 후엔 부처님 앞에서 '어떤 사장이 되겠노라' 고, '어떤 직원이 되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이 자리엔 현장 근로자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에서 회사는 삼성, 현대가 제일 크지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사원복지만큼은 우리 회사가 제일 좋은 회사가 될 겁니다".

김 사장은 전 사원 앞에서, 신문의 수많은 독자들 앞에서 거창한 약속(?)을 했다. 약속을 마음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채찍으로 삼는 것이다.

그는 사업상의 이해관계자에게 막걸리 한잔 대접하고 '좋은 사람' 소리 듣기보다 직원들한테 존경받는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두진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