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중교회, 선교 방향 대전환

노동자·도시빈민이 없는 민중교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민중교회들이 최근 생명공동체, 장애자복지운동 등으로 활동방향을 바꾸며 새로운 자리매김에 고심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선교 목표를 잃은 공황상태'라고 평가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노동자·빈민 중심에서 벗어나 선교 영역을 넓혔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민중교회를 표방하는 곳은 모두 7개지만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곳은 많지 않다.

80년대 지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던 달구벌교회는 몇년전부터 탁아방, 공부방 등의 프로그램마저 중단하고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침체기에 빠져있다. 안미현(39)목사는 "90년대 이후 민주화와 노동조합 활성화로 민중교회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교회 구성원들이 장애자돌보기운동 등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활동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사회선교를 포기하고 기성 교회같은 '예배 공동체'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한 교회는 내부적으로 민중교회의 간판을 벗어던지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대구의 작은교회, 구민교회 등은 꾸준한 활동을 벌이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작은교회 곽은득(54)목사는 지난 99년부터 군위군 효령면에 토지 1천2백평을 구해 교인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생활하는 '생명공동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3년 대구 최초의 민중교회를 일군 곽목사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교실, 가족을 위한 주말 농사교실, 노숙자의 귀농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한편, 수성구 지산동에 유기농산물거래장도 열었다.

곽목사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생명공동체 운동은 노동자, 노숙자 등 사회 소외계층을 자연과 결합시키는 민중선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교회 김경태(43)목사는 9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외국인노동상담소를 비롯해 노숙자센터, 가출청소년쉼터를 운영하는 등 폭넓은 사회선교를 벌이고 있다. 이달초에는 임시직, 연봉제 근로자 등 내국인을 위한 노동상담센터까지 새로 개소했다.

김목사는 "노동운동 등 정치투쟁적 성격을 가진 민중교회와는 달리, 사회의 최하층과 함께 하겠다는 목표로 선교를 해왔다"고 말했다.

예수교장로회 민중선교연합 현제식(43·목사)총무는 "민중교회들의 활동분야가 실업자, 노숙자, 생명공동체, 장애인, 결식아동 및 노인 등으로 다양화되고 분화되는 추세"라면서 "사회변화에 발맞춰 선교 대상만 바뀔뿐, 민중교회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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