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景氣부양책 신중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국면이냐 침체의 지속이냐를 놓고 기관마다 판단이 틀리고 자연히 이에 대한 대책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2월 중 경기동향 조사에서도 통계청은 대체로 '맑음'으로, 전경련 지표는 여전히 '흐림'으로 발표했다. 경기대책 또한 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경기부양 쪽으로, 한국은행은 안정 쪽이 옳다고 가닥을 잡고 있다.

물론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부양 쪽의 주장은 우리수출의 주요 고객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높고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바닥을 헤매고 있으므로 부양책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로서는 달콤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정을 주장하는 쪽의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양으로 간다면 구조조정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고 물가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올라 경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섣불리 경기부양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의 경험을 보자. 일본은 사그라진 경기를 살리려 90년대 내내 소위 '잃어버린 10년'동안 110조 엔의 돈을 쏟아 부었으나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우리 역시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구조조정 일정을 연기시켰다가 지금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나라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핵심은 금리정책이다. 정부는 "한은은 물가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고 한은은 '물가안정은 한은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물가불안 요인이 너무 많다며 반대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미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있으며 15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 등 엄청난 자금이 시중에 뿌려져 있다. 물론 물가와 통화량의 관계가 과거와 같은 양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자금 투입은 물가불안의 요소인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은 어정쩡한 선택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가령 정부는 "물가안정은 한은의 고유권한이므로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한은은 "금리정책도 거시경제정책의 주요 수단이므로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식의 주장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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