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법을 보는 국민의 눈은 착잡하고 불안하다. 왜냐하면 기업의 살생(殺生)여부를 떠나 정부의 문제해결 접근방식이 근본적인 대책보다 땜질식 처방이었고 투명성이 결여돼 있으며 공기업화 했을 경우 회생전망 불투명 등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실 기업은 상시 퇴출시키겠다"고 장담해왔으며 "개별기업 문제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기회있을 때 마다 강조해왔다. 그런데 현대건설에 3조2천900억원을 지원하고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요지의 29일 확정된 '현대건설 경영정상화 방안'은 '살려야 한다'는 정치적 틀을 이미 세워놓고 거기에 합당한 경제적 논리를 찾는 아전인수격 해법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가 내세운 현대 회생 논리는 바로 '파산할 경우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거나 '조만간 흑자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등의 작위적이고 추상적인 것들 뿐이다. 채권단 협의가 끝난 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현대는 과도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회생가능기업으로 판단됐다"는 배경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난 3년간 온갖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우리는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며 경제적 합리성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정도의 추상적인 논리로 현대건설을 해결하겠다니 과연 국민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안타깝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 지배논리인 '시장경제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는 구조조정이란 순수 경제적인 잣대로 대량해고를 시켜놓고 특정기업에는 이와 다른 잣대로 해결하려 든다면 정부와 국민간의 불신의 폭은 증폭될 것이다.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해외투자가 한국을 비켜가는 것도 이러한 불신 요인이 상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갖은 고초 속에서도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자칫 '현대건설 신드롬'이 확산된다면 어렵사리 쌓아놓은 우리사회의 경쟁 패러다임이 일시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건설의 생사(生死)에 대한 결정 그 자체 보다도 결정과정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왕 자금지원 쪽으로 방향을 굳혔으면 정부와 채권단은 반대 의견을 수렴하고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수치와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한 대 국민 설득논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제2의 파국'을 막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만에 하나 현대건설이 회생의 길을 걷지 못할 경우 경제적인 파탄은 물론 사회신뢰성의 파괴로까지 이어져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대란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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