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가출, 지난해 보다 16% 증가유흥업소 전전 보호시설 확대 필요

16살 세영(가명)이는 지난달 대구의 모 여중을 졸업하자마자 집을 뛰쳐나왔다. 공부가 하기 싫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게 가출동기였다. 세영이는 다방 종업원 등을 전전하다 이달초부터 여관에서 친구와 자취를 하며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보도방에서 소개해주는 노래방을 돌며 매일 밤 '아저씨'들과 5, 6시간 놀며 쥐는 돈은 하루 3만~15만원. 모두 유흥비와 옷을 사는 데 쓰고 만다. 세영이는 "얼마전 노래방 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떳떳치 못한 생활을 한다는 죄책감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든다는 세영이는 돈을 벌어 미용학원을 다닌 후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 청소년은 967명(남자 310명, 여자 657명)으로 99년 832명(남자 272명, 여자 560명)에 비해 16%가 늘었다. 해마다 10명 이상이 가출하고 있는 대구 모 여중 권모(29)교사는 "신학기가 일년 중 가출학생이 가장 많은 시기"라고 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10대의 15.3%가 가출 경험이 있을 만큼 가출은 청소년들에게 만연해 있다"며 "일자리 마련이 쉬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가출하는 게 최근의 특징"이라고 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청소년 가출의 원인은 가족갈등(48.9%)이 가장 많고, 친구와 놀기 위해(21.8%), 충동(19.7%) 등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의 일자리는 다방, 보도방, 유흥업소, 원조교제, 전화방 등이 대부분.

대구시 청소년쉼터 이종훈 교사는 "가출 청소년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도 90% 이상이 다시 가출, 유흥업소로 향하고 있다"며 "부모는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 갈등해법을 찾고 사회적으로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보호시설 확대 등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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