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정원장 국내정보 수집보고 '파장'

신건 국정원장은 30일 오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첫 주례보고를 했다. 이날 보고는 취임 이후 첫 주례보고라는 점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기능이 임동원 원장 때와는 달리 국내정보의 수집과 국정전반에 대한 예고에 집중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신 원장은 이같은 예측을 확인이라도 하듯 국정원의 기능이 정보의 예보 및 분석에 집중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27일 있었던 취임식에서 신 원장은 『국정원이 그동안 대북과 외교 분야에서 애쓴 것을 안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국내분야도 챙겨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정책혼선과 관련해 국정원의 역할이 미흡했음을 지적하면서 『적확한 정보와 알맹이있는 민심판단은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이끌어 낸다』고 말해 그동안 밀려나 있었던 국내정보 수집과 분석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에 대한 첫 주례보고는 향후 국정원의 운영방향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 이후 민심동향과 대응방향, 3.26개각에 대한 여론동향, 남북장관급회담 연기에 이은 남북탁구단일팀 구성 무산 등을 보는 국내적 시각 등 구체적인 국내정보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이같은 국정원의 기능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민심동향이 제때 파악돼 여과없이 통치권자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과 같은 돌발사태를 사전에 차단, 국정운영에 부담요인이 덜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내정보 수집과 분석 및 예보기능의 강화는 그 자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야당사찰과 정치개입으로 발전될 수 있다며 공작정치의 부활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신 원장이 지난 1998년 국정원 제2차장 때 이른바 「총풍(銃風)」 사건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의심은 더욱 크다.

『신 원장의 취임사에 국내정치 개입 의도가 담겨 있다』며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할 것』이란 권철현 대변인의 논평은 국정원의 기능변화에 대한 한나라당의 경계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국정원측은 『신 원장의 취임사는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면 정책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미일 뿐이며 국정전반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국정원의 기본임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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