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소질, 사회적 조건 등을 배려하는 대입 특별전형의 문은 갈수록 넓어지는듯 하다. 내년 전형 때는 더 넓히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수험생에겐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역 학생들이 특기.적성에 기대어 대학 가기는 '밧줄이 바늘 구멍 통과하기' 보다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형 계획에서 드러나는 허점
내년도에 신입생을 뽑는 특별전형 인원은 일단 전체 모집 예상 인원 37만3천884명의 32.3%인 12만74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특기.소질만으로 뽑는 인원은 극히 적다.
우선, 특별전형 정원 중 일반 고교생들에게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 '정원외 전형'만도 1만9천751명이다. 말이 특별전형이지 실제는 수능.내신.면접 등 일반전형과 마찬가지 전형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학교장 추천' 등 일반 추천자도 3만4천670명이나 된다. 또 성적이 핵심인 '내신성적 우수자' '수능성적 우수자'도 1만3천210명에 이른다.
그 나머지 중에서도 농어촌 학생, 국가유공자 자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소년소녀가장, 실업계 고교 출신자, 지역 할당, 만학도, 취업자 등 소수의 수험생만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걸 모두 빼고 나면, 특기.적성을 선발 기준(대회 입상자, 자격증 소지자, 특기자, 대학별 특이 기준 적합자)으로 하는 정원은 다 모아야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내년도 대입제도의 골자로 일컬어지는 '특기.적성만으로 대학 가는' 학생은 전체 모집인원의 5%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 지원 때도 각종 한계
특별전형 정원이 많다고 해서 그만큼의 인원이 대학에 들어 가리라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응시자들의 지망과 대학 요구가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 어떤 특기자가 그런 특기자를 뽑는 대학의 학과에 지망해야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대구 경신고 김호원 교감은 "일반계 고교에서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은 한 반에 한두명도 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내년 전형에서는 특별전형이 크게 늘었다지만 결과는 다르지 못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올해 대학들에서 있었던 실례
200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경북대는 학교장 추천자, 특수재능 소유자, 영어능력 우수자, 소년소녀 가장 등 특별전형 정원을 487명이나 배정했다. 이에 1천717명이 지원했고, 316명이 합격했다. 정원에는 못미쳤지만, 65%나 뽑았으니 외견상 수치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내막은 겉보기와 다르다. 합격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학교장 추천자였다. 247명 모집에 1천497명이 지원, 230명이 합격한 것. 실제 특수재능 소유자는 96명 모집에 겨우 78명이 지원, 합격자는 42명에 그쳤다. 그 중 영어능력 우수자는 125명 모집에 48명만 지원했고, 합격자는 25명에 불과했다.
영남대는 특기자 정원으로 160명을 배정했으나 27명 밖에 뽑지 못했다. 자격증 소지자는 9명 모집에 2명, 취업자는 204명 모집에 58명, 만학도는 55명 모집에 19명을 뽑은 데 그쳤다.
한 고3 교사의 말. "아이가 남 보다 조금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해서 그 길로 대학을 보내려 한다면,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말리고 싶다. 특기.소질을 키우느라 큰 돈 들여 놨다가는 뒤늦게 보낼 만한 대학은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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