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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재도전하는 완기형님을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 저도 늦었다고 생각한 수능시험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지난 주 KBS 2TV 인간극장 '마라토너 김완기의 마지막 승부'편을 방송했을 때 KBS홈페이지에 실린 네티즌의 편지다. 게시판에는 온통 '힘내세요' 격려뿐이었다. 한국 마라톤에서 신기록을 3개나 보유하고도 영원한 2인자였던 김완기. 은퇴후 83kg의 거구로 식당을 경영하던 그가 34세의 나이에 재기를 선언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3월초, 서울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서 1위로 들어오는 모습은 재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찡하게 적셨다.

지난해 5월부터 사람사는 체취 그윽한 이야기를 담아온 '인간극장'은 시청자들에게 '보석같은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늘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 방송한 판사 남편과 교수 아내의 주말부부 얘기는 뜨거운 찬반의 공방을 불러왔다. 직업의 옷만으로 이들을 상류층으로 본 시청자들이 기획의도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3회(28일)가 나가면서 그들에게도 인생의 시련이 있었음을 알고는 평범한 이웃으로 다가왔지만, 어쨌든 '성공시대'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만만찮다.

일일드라마와 메인뉴스의 샌드위치 시간대에서 '인간극장'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아마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도 몇 권이 된다'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일 것이다. 6mm 카메라로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 낚아채면서 인위적 연출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생생한 감동으로 표현한다. 또 다큐와 미니시리즈를 혼용하여 드라마처럼 다음편을 기다리게 한 새로운 양식도 한몫 거들었다.

'인간극장'은 때론 절망하고 때론 환호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사회의 편견을 들춰내고, 이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산골처녀 영자를 잿빛 세상으로 끌어내 슬픔을 준 일은 방송사와 시청자 모두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유순희 soon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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