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진-전문가들 '지각 스트레스설'제기

지난 24일 일본 히로시마 지역에 리히터 규모 6.4의 강진이 일어나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인도와 엘살바도르에 강진이 닥쳐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지진발생의 원인과 관련, 과학자들은 판충돌설.단층설.화산폭발설 등 기존 학설외에 최근 새로운 원인을 제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콜롬비아대학 지구관측소의 과학자들은 개발로 인한 지층의 안정성 훼손이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올들어 발생한 지진 중 인도 지진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댐, 관개시설, 광산 개발 등으로 인간이 대지에 스트레스를 가해 한덩어리의 지각 안에서도 균열이 일어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지진 지역은 두 개의 지각으로 구성된 곳이 아니라 하나의 지각으로 이뤄진 지역이어서 기존 학설로는 규명되지 않아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 것. 즉 지진을 천재지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도한 개발로 땅에 피로를 주면 언제든지 야기될 수 있는 '인재'라는 경고다.

대규모 저수지의 경우 가둔 물의 무게가 밑의 지층을 압박하면서 지층의 암석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져 지진이 일으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규모 저수지에 물을 가득 담은 상태에서 20년 이상 지나면 지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땅은 한번 안정성이 무너지면 다시 복구하더라도 늘 지진의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땅의 피로도에 따라 지진이 일어날 개연성은 알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규모 저수지의 경우 지반에 미치는 물의 압력, 지층 속 암석의 강도 등을 측정할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도 위험을 추정하더라도 잠재적 지진의 강도를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강도 7~7.5 이상의 강진들은 지층내 기름과 가스의 확장으로 야기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러한 경우는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지진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재난이라는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힘겹게 버티던 지각이 일순간에 무너짐으로써 수만명의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초래하는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 개발은 재고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콜롬비아대학 지구관측소의 한 연구원은 "지진이 대규모 개발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진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감시 프로그램 개발하고 전문가들간의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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