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낙수 소리에 새벽 잠이 깼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문지방을 나선다. 희뿌옇게 피어 오른 물안개 사이로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촉촉하게 감싸오는 습기, 콧속 가득 스며드는 싱그런 내음··.
새벽녘에 내리는 봄비는 포근한 엄마품 같다. 내 마음은 어느새 아기가 되어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적시러 맨발로 마당에서 걸음마한다. 얼굴 가득 톡톡 튕기는 봄비는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 같고, 얼굴을 타고 내려 입술에 머금은 봄비의 달콤한 맛은 엄마의 젖과 같다. 그래서 봄비를 단비라 하나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물어 온 대지가 까슬까슬하더니만 봄비 내려 갈증어린 대지를 적셔 놓았다. 곳곳의 나무들도 가지 펴 기지개 하고, 땅 위로 갓 솟아오른 어린 새싹들 고개를 내밀어 얼굴 적신다.
이 봄에 내리는 봄비는 고맙고 고마워라. 바라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지만, 만물의 생명을 촉진케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 지금 우리는 봄비처럼 갈증어린 누군가에 살포시 여미는 마음품을 가지고 있는지, 팍팍하고 건조한 이 세상에서 마음의 습기를 저며보면 어떨는지.
가만가만 마음의 빗장을 열어보자. 어디에선가 어느 누군가 가여히 살아가는 사람들 여럿 있으리라. 우리 모두 봄비되어 그네들과 깃들어 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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