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뛰는 物價, 그냥 둘건가

물가상승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3월중 소비자물가가 2월대비 0.6% 상승했으며 전년동기 대비 4.4%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수치는 98년11월 이후 2년4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물가관리가 새로운 정책목표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물가관리목표가 3%대인데 1/4분기 현재 절반수준인 1.9%나 올라버려 앞으로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올해 경제 운용목표치 수정의 불가피성과 함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증폭될 것이다.

국내물가 불안 요인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잠재해 있다. 환율 급등에다 국제 유가상승,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경기전망도 최근 크게 바뀌었다. 얼마전만 해도 경기가 곧 저점을 지나 반등할 것이라는 .V자' 이론이 팽배했으나 지금은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L자'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장기침체에 대비해야 할 국면에 물가가 고개를 든다는 것은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직 미완인 상태에서 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분위기에 편승, 물가급등 조짐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융.재정정책이 수반돼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천문학적인 숫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시중자금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인 재정정책을 쓰고있지 않나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정정책은 효력을 잃고 물가가 오르는 데도 경기는 계속 하강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불협화음에서도 나타난다. 재경부는 "입학철 교육비 증가와 농축산물 가격 급등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물가 상승 요인이 없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 통화정책을 내세우며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관리를 우선하는 한은은 환율과 공공요금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물가관리가 어렵다며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당국조차 정책의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물가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무책임한 낙관론은 서민경제를 외면한 정책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의 틀을 유지하며 경기활성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정부는 인기주의 경제정책에 연연하지 말고 물가불안 요인부터 없앤 후 앞으로의 경기 장기침체국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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