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조도 세금 내야하나"뜨거운 논란

'노동조합도 세금을 내야하나'.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여야 3당과 재경부, 노동부 등에 '노동조합에 대한 균등할 비과세 혜택을 위한 정책건의서'를 전달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노동조합은 지방세법상 지방세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일부 노동조합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 노동계가 이같은 자치단체의 세금부과행위를 저지하고 나선 것.

노동계는 노조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 아닌 이상 세금부과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법개정이 우선 아니냐"며 세금부과 취소보다는 일단 '유보'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조 과세'를 둘러싼 불씨는 언제 되살아날지 모르는 실정이다.

0..현실태

대구 동구청은 최근 ㄱ운수 등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대구지역본부 소속 28개 택시회사 노동조합을 비롯, 종친회·이·미용협회 등 54개 비영리 등록단체를 상대로 96년부터 지난 해까지의 주민세, 교육세를 최저 6만2천500원에서 최고 31만2천500원씩 소급 부과했다.

지방세법 174조에 규정된 지방세 비과세 대상에 노동조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부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동구청의 입장. 게다가 동구청은 이들 단체에 대해 관행적으로 주민세와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실시된 대구시 종합감사에서 지적까지 됐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방세법 규정에는 노조가 비과세 혜택 대상이 아니지만 여태까지 과세관행이 없었던 터였기 때문.

동구청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일단 과세를 유보했다. 대구시내 다른 기초자치단체들은 현재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

지방세법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는 자치단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세무담당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 세금부과를 안했다가 또다시 감사에 지적돼 신변에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0..쭑노동계의 주장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재경부 등에 제출한 '노조에 대한 균등할 비과세혜택을 위한 정책건의'를 통해 "노조는 영리 목적이 아닌,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실현하고 노동자들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 만큼 각종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행 지방세법 174조 '비과세' 대상 조항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노조'를 추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또 "지자제 실시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확보를 위해 과거 부과하지 않던 균등할 교육세 및 주민세를 노조에 부과해 반발을 사고 있다"며 "재정상태가 어려운 비영리단체인 노조의 성격상 조세 저항과 불필요한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비과세 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와 함께 "노조가 사업주와 별개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해도 300명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가 전체 노조의 80%에 이르고 있다"며, "대부분이 기업 내에 그 소재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실정에서 별도의 균등할 지방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0..자치단체 입장

자치단체는 사실 노조에 대한 세금부과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세금부과를 안하려해도 지방세법 규정이 걸리고 세금부과를 하려해도 노동계의 반발이 염려된다는 것.

최근 세금부과로 홍역을 앓은 대구 동구청 세무과 관계자는 "행정자치부나 대구시나 뚜렷한 지침이 없다"며 "현재 세금부과를 유보한 상태지만 또 언제 세금을 걷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사에 적발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태까지 받지 못한 세금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명확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김부섭 세정담당관은 "노동조합 관련 법규를 보면 노조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세법은 노동조합에 대한 비과세 규정이 없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는 명확한 법규에 의거해 세금을 부과해야한다는 입장이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에 대한 과세를 유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담당관은 "세법이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규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법부터 우선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