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만들기와 만들어지기

단체나 사회는 실천 강령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교훈, 급훈, 전투수칙 등등. 그 자유롭다는 프랑스도 각 관청마다 자유·평등·박애(libert, galit, fraternit )를 써 붙이고 있다. 이러한 강령 중 가장 종합적이고 긴 강령이 국민교과서라고 생각된다. 특히 국어와 역사, 도덕 등의 교과서는 국민의 기본 생각을 규정하게 된다.

이웃 나라의 교과서에서 우리나라와의 관계사 부분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가 너무 큰 사건이어서인지, 교수들 개인으로는 아직 묵묵하다. 단지, 남북한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함께 하여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또 최근에는 전체 역사학 계열의 학회차원에서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의견 발표가 있었다.

##세계에 비친 왜곡된 한국의 모습

이에 대해 일부 일본인들은 "내정간섭"이라고 강변하며 "자신감을 갖는 국사책"을 만들겠다는 등으로 맞대응하기도 한다. 내정간섭이란 말은 그것이 자신의 문제에만 국한될 때 성립되는 단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남과 더불어 살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 정신을 이해하고 있다면 발설할 수 없는 단어이다. 물론 일본이 이를 모를리 없다. 단지 이는 자국내 다른 문제와 복합되어 제기된 것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그것을 풀어내야 하는 일은 자신들의 숙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 상식을 벗어난 단어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일본 사회 내에서 극복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자신들의 자녀를 편견 투성이 인간으로 기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데에는 우리의 노력도 필요하다.

교과서 문제가 1981년에도 있었다. 당시 일본은 이미 교과서가 제작되었으므로 다음 교과서를 만들 때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 때도 한국은 그 사건에 대해 데모도 하고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 일본교과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처해 왔던가?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 등은 역사과정에서 애증이 교차되어 왔다. 이 나라들이 자국의 역사를 서술할 때 서로 협의를 거치는 것을 보고 들었다. 그렇다고 그 일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겠는가? 이는 서로 문제를 제기하고 공동 회의를 통해서 함께 해결하려던 끊이지 않는 노력의 대가였다. 물론 그들은 우리만큼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개념이 강하지는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호 관련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 왔다.

##잘못된 편견 뿌리 뽑아야

한국은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1981년 내가 처음 프랑스에 도착하니, 한국이 아직도 미국의 식민지냐고 물었다. 그러나 2년 전 프랑스에 갔을 때는 한국 유학생들이 우리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단체도 만들면서 두각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 각국에서 비쳐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관리해야 한다. 일부 프랑스 박물관의 구석기 유적분포도에는 한국이 빠져 있다. 또 프랑스 백과사전의 한국에 대한 항목에는 케케묵은 정보가 그대로 실려 있다. 이 결과는 한국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장래로 보면 국익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점을 시정하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 아울러 세계의 교과서 편찬자들에게 우리 나라가 정당하게 소개되기를 요구하는 정도까지 나가야 한다. 오늘의 사건을 계기로 일본과는 물론 타국과도 교과서를 위한 공동연구나 협의체 등을 설치하여 지속적인 관리와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공통된 역사 체험을 가진 북한과 공동작업을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의 공동 노력도 고려

파리의 기메(Guimet) 박물관이 공사를 마치고 새로 문을 열었다 한다. 2년 전에 찾았을 때에는 공사중이어서 다시 보지 못했다. 초기 그 박물관에는 한국관이 있었다. 아주 작은 방이었는데, 무속 도구 몇 점이 있었고, 청자 사진만 덜렁 걸려 있어 그 좁은 방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박물관은 동남아시아 유물까지 엄청난 양으로 갖추어 놓고 있었다. 그 박물관의 한국실은 한국을 소개하기보다는 동양 여러 나라에 비해 한국이 초라하다는 인상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제는 넓게 보고 이런 곳곳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이고 있는 모습이 같지 않다면 우선 노력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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