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전선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수지가 올들어 첫 두자릿수 흑자를 기록, 수출감소율 '0.6%'를 심각히 여길 필요는 없다는 산자부의 설명이지만 흑자내용이 그야말로 '속빈강정'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연속 무역흑자 기조가 수출 경기회복이 아니라 국내 산업전반의 침체에 따른 필수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감한데 따른 것으로 국내외 경제불안 요인과 수출입구조의 부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감소세 반전=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우리 교역상대국의 수입수요 감소가 최대 원인이다. 지역별 수출실적을 보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은 2월 -0.6%로 32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3월 또다시 2%의 감소세를 보였고 일본(-3%)과 아세안(-10%)에 대한 수출감소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 수출주력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는 각각 23.8%와 8.9%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특히 작년 38%의 고성장을 자랑했던 반도체는 수출단가의 지속하락으로 1월 -1.7%, 2월 -9.1에 이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 역시 대우차 처리 지연으로 무려 7% 하락을 경험했고 섬유(-9%), 철강(-3%), 가전(-2%) 등 주력품목은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선박.해상플랜트(27%)와 일반기계(46%), 자동차부품(11%) 등이 그나마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인천 신공항 개항에 따른 2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컴퓨터등 항공수출품목 통관이 지연된 점을 수출감소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내심 예상외로 감소폭이 커진데 대해 당황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흑자원인은 수입급감=수출감소세 속에서도 1.4분기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4억2천900만 달러로 정부의 올해 흑자목표치(100억 달러)의 20% 선에 달했다. 당초 1.4분기 예상치(1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데다 올들어 흑자기조가 꾸준한 확대추세를 보인다는 점을 산자부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흑자내용을 뜯어보면 무역수지 전선에 불안징후가 뚜렷이 감지된다. 흑자가 수출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국내 경기침체로 수입이 급감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소비심리 회복으로 불요불급한 소비재 수입만 15.9% 증가하고 있고 정작 산업활동에 필요한 원자재(-13.8%)와 자본재(-11.4%)는 감소하고 있어 장차 수출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비재 수입증가는 부유층소비가 되살아난데 따른 것으로 불필요한 경기과열 분위기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3, 4개월후 수출에 영향을 미쳐 결국무역수지를 적자로 되돌릴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향후 수출전망도 불투명=이런 흐름으로 볼 때 정부가 올해 목표한 무역수지 흑자목표(100억 달러) 달성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감소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특히 수출 선행지표로 볼수 있는 LC(수출신용장) 내도액이 급감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12월 -8.7%, 1월 -6.0%, 2월 -19.3%의 감소세를 보였던 LC 내도액은 3월1일부터 10일까지 25억9천400만 달러로 작년대비 무려 15.1%나 감소했다.
수출구조도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등 주력업종이 전혀 힘을 쓰지못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주력품목인 선박.해양플랜트 등 중화학업종만으로 수출성장을견인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중남미,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지속시킬지도 의문이다.
엔화의 동반약세로 환율상승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미 작년말부터 환율상승이 시작됐지만 제한적 호재로만 작용하고 있을 뿐이고 오히려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나마 하반기 이후 원화.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깨진다면 무역수지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22~23달러선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효과가 본격화되는 동절기에는 배럴당 27~28달러 선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한 수입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악재다.
결론적으로 대내외적인 수출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급속히 악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수출경기 회복이 미국 경기회복과 반도체 값 상승 등 외생변수와 직결돼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부로서는 보다 안정적인 수출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총체적인 비상대응에 나서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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