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1내 꿈에도

낯선 땅 어디 잡초더미로 눕지 않으리

저문 날 다시 가야산에 올라

눈가루로 흩어지리

그리하여 좋은 새봄에, 작고 풋풋한 것으로 다시 오리

2

내 시 외에 아무것도 돌에 새기지 말 것

내 삶은 거기서 끝나리

흙에서 숨 얻어 새끼 낳고

사람같은 사람 몇 만나고

술 마시고

서정시 몇 편 쓰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간다면

-배창환 '저문 날 가야산에 올라'

가야산이 낳은 시인의 귀거래사이다. 산은 시인을 낳고 시인은 다시 시로써 산을 갱신한다. 인간과 자연의 온전한 융합, 이것은 근대 이후 인간들에게는 최고의 유토피아적 경지이다. '흙에서 숨 얻어 새끼 낳고/사람 같은 사람 몇 만나고/술 마시고/서정시 몇 편 쓰고/어머니 곁으로 돌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랴. 나도 이런 삶을 정말이지 너무나 살고 싶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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