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위기의 농촌을 외면 말라

최근 농정실패와 구제역 등 외환(外患)으로 인한 '농업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업파탄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당시 UR협상을 타결하면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쇠고기와 쌀 시장까지 내주었다. 정부는 농산물 시장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대책으로 무려 42조원에 이르는 돈을 농어촌 투융자사업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쳐두고 돈부터 퍼붓는 정책이 성공할 수는 없었다.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도 한 몫 거들었다.

외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 밀리는데다 질적 경쟁력 확보에도 실패, 오늘날 '거들난 농촌 경제'로 나타난 것이다. 막다른 지경에 이른 농촌 경제의 현실은 여러 통계에도 나타난다. 지난 90년 473만원이던 농가부채는 99년말 1천853만원으로 급증, 총액기준으로 25조6천154억원이나 누적됐다. 농업인 후계자 제도도 경북의 경우 1만9천294명중 2천549명이 탈락, 10명중 1명꼴로 탈농한 것으로 나타났다. 92년 118만명이던 경북 농촌 인구는 8년만에 90만2천명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농업기반의 붕괴는 최근 현대적 경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던 성주의 대형 종돈장인 '신성종돈장'의 부도와 '신지식농업인'으로 각광받던 군위군의 홍모씨가 화훼농장 경영을 포기한 사례 등이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농촌을 살리는 길은 없는가. 수입개방추세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는 지금이라도 농정파탄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농업투자의 증대가 농가부채의 증가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단절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값싼 중국산의 공세에 대해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표시'의 감독을 강화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조치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한다. 근본적으로 무리한 투융자사업을 지양, 실질적인 성과가 가능한 농업기술개발, 유통구조 개선에 투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내산의 가격하락에 따른 농민 소득감소에 대해선 직접지불제도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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