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비정한 석사 엄마

인륜(人倫)이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패륜 범죄와 인명(人命) 경시의 끔찍한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강도살인범이 단순히 금품을 노려 10개월 사이에 9명을 살해했고, 화투판 싸움 끝에 사소한 일로 원한을 품었던 사람을 4명이나 죽였다. 아들이 아버지를 토막살해해 유기하는가 하면, 아내들이 저지른 여러 건의 남편 살해 사건, 계모가 딸을 극도로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30대 주부가 유치원생인 6세의 친딸을 죽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겨 준다. 명문대 석사 출신으로 대학 강사를 지낸 이 '비정한 엄마'는 딸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행동과 지능 발달이 뒤떨어지는 것을 고민해오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남편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자라면서 '왕따' 당할까 두려워 함께 목숨을 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지만 기가 찰 따름이다.

▲가정 붕괴와 인명 경시 풍조는 하루 아침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 풍조와 한탕주의, 극도로 비뚤어진 이기주의와 치열한 경쟁 구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사태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질 생활에 의해 정신이 억압당하고, 지나친 경쟁으로 마음이 찢기고 쫓기는 상황에서 인간은 불안 속으로 빠져들어 도덕.윤리는 물론 인륜마저 땅에 떨어져 버린 게 아닐까.

▲가정은 사회의 최소단위이며, 그 중간단위가 학교다.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에 학교마저 위기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가정과 학교가 병들고, 사회를 주도할 정치인들이 거짓과 기만을 되풀이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정엔 부모가 없고, 학교엔 교사가 없으며, 사회에는 존경받을 지도층이 사라졌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기만 할까. 실로 그런 비감을 떨칠 수가 없다.

▲남을 차별하는 인격은 '파괴된 인격'이다. 그런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이루는 가정과 사회가 우애로울 리 없다. 그곳에서 사는 삶이 안락하고 평화로울 까닭은 더더욱 없다. 우리의 차별적 문화가 만들어내는 비극성은 이 사회를 지옥이나 다름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그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볼 때다. 지식보다 인간성, 성공보다 인간의 기본을 중시하는 인간성 회복이 아쉽기만 한 세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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