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자 사생활 침해 우려의보공단 진료내역 통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의 부당청구를 막는다며 진료내역을 환자 가정에 마구 발송, 병력 노출로 인한 가정불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일부 부당청구 의혹에 대해서만 실시하던 수진자 조회를 대폭 강화, 지난달 17일 대구지역 15만가구에 75만건을 비롯 서울·부산·광주·대전·수원 등 대도시 위주로 500만건의 진료내역 통보서를 일제히 발송했다.

이 통보서에는 진료일자, 입원치료기간 등의 내용 외에도 환자에게 예민한 정신과·비뇨기과·신경과 등의 진료과까지 명기돼 있어 환자 본인의 인권침해 시비마저 일고 있다.

대구지역 정신과 개원의들에 따르면 최근 결혼한 한 20대 여성은 정신과 치료 내용이 담긴 진료 내역서가 가정으로 날아들어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 여성은 2년전부터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왔으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담당 의사의 진단을 받고 결혼했으나 진료내역통보 이후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의들은 "정신질환, 간질, 성병 등은 가족이 알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질환인데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의 사생활 보호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수진자 조회를 마구 실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대구본부에는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본부 관계자는 "과거 부당청구 의혹이 있는 병.의원에 대해서만 수진자 조회를 실시할 때는 환자의 병력이 공개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가려냈으나, 이번에는 많은 내역서를 한꺼번에 발송하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도 들어갔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빚는 수진자조회 강화로 의료보험을 기피하고 대신 일반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생기고 있다.

대구시내 정신과 개원의 ㅇ씨는 "보험적용을 받지 않으면 상담료와 초진료가 7~8만원이나 되지만 신분 노출을 꺼려 일반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심지어 나이와 이름까지 밝히기를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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