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액 베팅 사행성 불법오락 성행수천만원 날리고 가정파탄도

지난달 31일 밤 11시. 인적이 뜸한 대구시 서구 원대3가 한 2층 건물 앞에 두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얼마후 40대의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무전기로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곤 남자를 그 건물 지하로 안내했다.

이 곳은 1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불법오락실. 자욱한 담배연기와 은은한 조명아래 5, 6명의 남자들이 연신 오락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주 종목은 일명 임페리얼 오락기. 한번에 50만~100만원까지 베팅해 점수를 쌓아나갈 경우 수천만원도 딸 수 있다지만 큰 돈을 잃은 손님들이 부지기수다.

"오락에 빠졌다가 아내와 자식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손을 자를수도 없고..." 대구 달성공단의 한 회사원 김모(34.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씨는 지난해 9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이 오락실을 드나들다 3개월만에 7천만원을 날렸다. 그 후 김씨의 아내와 자식은 최근 집을 나갔고, 자신은 월세방과 친구들의 사무실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엔지니어 이모(38.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씨는 지난해 10월 처음 이 오락실을 찾았다가 200만원을 벌었다. "그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죠. 매일 이렇게 벌면 조만간 집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오락실을 1주일에 3번꼴로 드나들었지만 결국 4개월후 1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이씨는 "한번에 50만~100만원을 베팅하는데 나중엔 돈이 얼마쯤 나갔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돈을 조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사정하니 200만원을 주면서 다시는 오지말라고 협박했다"고 털어놨다.

이 부근에는 이같은 불법오락실이 5곳이나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의 단속은 전혀 없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얘기다. 이 오락실에 한번 들렀다가 70만원을 날렸다는 구모(34)씨는 "오락기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1월 경찰에 신고했다가 도리어 정체 불명의 사람에게 협박전화만 받았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페리얼 오락기는 다른 오락기에 비해 베팅 액수가 크고, 리모콘 등으로 당첨확률을 쉽게 조작할 수 있어 100%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불법사행성 오락실이 1만4천여개에 이르며 대구지역에도 수백여개가 성업중이다. 특히 불법오락실을 운영하는 실제 업주 중 상당수가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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