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4월의 추억

활짝 핀 개나리꽃과 먼 산 아지랑이가 봄을 곱게 열어가는 4월이 되면 잊지 못할 추억이 생각난다.

서울 오빠 집에 있을 때 바위 틈에 곱게 핀 철쭉꽃 길을 따라 어린 조카와 인왕산에 올랐다. 산꼭대기에서 서울시를 내려다보며 "야호!"하고 외쳤더니 느닷없이 군인 2명이 총을 겨누며 "손 들엇! 안들면 발사한다"며 다가 오지 않는가. 우리는 손을 들었고 다가온 군인들은 "아가씨!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팻말도 못봤어? 여기는 간첩이나 자살할 사람만 올라오는 곳이야"하며 우리를 청와대 뒷산 막사로 데려갔다. 처음에 신원조사를 하고 종로경찰서로 넘긴다고 하더니 조금 있다가 소총 분해하는 법도 친절히 설명해주고 점심도 차려주었다.

이런 중에 우리처럼 금지구역에 잘못 들어선 청년들도 여러명 끌려 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밥도 주지 않았고, 여러 가지 기합을 주는데 청년들은 힘이 들어 모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1시간 가량 벌을 주더니 마지막이라며 머리를 땅에 대고 엉덩이를 좌우를 흔들면서 당시 유행하던 가수 남진의 노래를 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청년들의 노래는 서로 맞지 않았고, 동작도 엉망이었다. 군인들은 조금이라도 틀리면 벌을 주었고, 계속 반복시켰다. 이윽고 청년들은 거짓말같이 일사불란하게 노래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2절까지. 서당아이들은 초달(楚撻.회초리로 볼기나 종아리를 때림)에 매여 산다더니 벌이 엄해서인지 청년들의 노래와 동작이 잘 맞아 떨어졌지 않았나 생각된다. 벌이 인간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느꼈다.

이런 기억을 되살리다보니 철없이 자라 군대간 큰아들이 생각난다. 아들도 강한 사람이 되어 돌아올 것인지 궁금하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사랑할 줄 아는 자는 벌할 줄도 안다"는 프랑스 속담을 기억한다면 아이들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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