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가 있는 봄밤'세미나

춘설이 난분분하던 지난달 30일 밤, 동아문화센터가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련하고 대구시인학교 서지월씨가 진행한 '시가 있는 봄밤', '새봄 문학세미나 및 시낭송회'가 대구동아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열렸다. 물질적인 가치가 중요시되는 흐름을 거슬러 시문화를 되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150여명의 시인과 문학도들이 모여 함께 시를 듣고 읽으며 이슥하도록 시정에 취했다.

이날 연사로 초청된 유안진 시인(서울대 교수)과 교수들은 시를 쓰는 이유와 상상력 그리고 시체험에 대해 담론을 나누며 시흥을 일깨웠다.

오세영 시인(서울대 교수)은 '원시'란 자신의 시 한편과 눈에 대한 체험담을 소개하며 "나이가 드니 안경없이는 책도 읽기 힘들게 됐지만, 그만큼 사물을 멀리 볼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것을 '달관'이라는 말로 표현한 오씨는 "늙을수록 봄의 생명력이 좋고, 그 가치와 의미가 새삼스럽다"며 "젊은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도 이제는 보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요즘같은 봄날 꽃 한송이, 풀 한포기에도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것이 곧 '시의 상상력'이라고 결론지었다.

유안진 시인(서울대 교수)은 '시인은 젊을때의 불행, 즉 가난과 고독도 필요하다'는 화두를 제시한 다음, "좋은 작품은 좋은 체험에서 나온다"며 "많은 경험을 하면서 또 이것을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잘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시를 왜 쓰고 읽는가'란 주제를 들고나온 문학평론가 김재홍 교수(경희대)는 "시는 우선 내마음의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시는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영혼의 향기로 삶의 고통과 절망을 이기기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백석·안도현·윤동주 등의 시구를 인용하며 "시는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도록 태어난 사람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구원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를 맡은 서지월 시인은 "가난한 시인들이 가난한 시를 노래할 때 세상은 몇갑절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 것"이라며 "목련꽃 나뭇가지에 봄바람이 그냥 스치지 않듯 의미있는 봄밤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문학청년이었던 김진환 대구지검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며, 시인 이태수(매일신문 논설위원)씨. 박해수(대구가톨릭문인협회장)씨 등이 동참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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