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정찰기-中 전투기 충돌

미국이 이지스급 구축함 대만판매 계획 등으로 중국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비상착륙한 사건이 발생, 미.중관계 악화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미국 측은 사고직후 중국에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 해군기 및 승무원 송환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은 사고책임이 미국에 전적으로 있다고 주장, 중국 측의 피해 보상 여부와 미 해군기 송환거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영공침해 논란=사건발생 장소가 중국 영공이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발생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측은 성명을 통해 중국 영공을 침공한 EP-3 정찰기를 추적하기 위해 전투기들이 파견됐으며 중국 전투기는 국제법에 따른 비행을 했으나 미 정찰기가 갑자기 전투기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충돌사고가 발생, 전투기 1대가 피해를 입고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영공침해 여부는 미국이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승무원과 정찰기의 처리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사고발생 경위조사에서 미국측이 영공을 침해한 것이 확인될 경우 중대한 군사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첨예대립=미 해군기 중국 비상착륙 사건은 미-중 관계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간주된다. 부시 대통령 취임직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판매 여부를 둘러싸고 강력한 경고와 반발이 이어지는 설전을 주고 받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중국계 미국 학자 2명의 중국 억류 문제도 양국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이번 정찰기 충돌사건은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불편한 양국 관계가 직접적 군사접촉으로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그 처리 결과가 향후 양국관계의 미래를 규정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양국은 이번 사건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부터 초점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군 정찰기의 실수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고 정찰기가 하이난에 비상착륙함으로써 중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관리들은 중국 전투기와의 충돌이 공해 상공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첸지천(錢其琛) 중국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 대만 무기판매와 관련해 양국관계 악화를 경고한지 2주만에 발생한 것이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