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이혼 풍속도 달라졌다

최근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결혼관이 바뀌면서 이혼 후 자녀 양육을 서로 미루는 부부가 늘고 주부 불륜이 주요 이혼사유로 떠오르는가 하면 공무원이 펀드매니저, 벤처기업인 등을 제치고 '1등 신랑감'으로 꼽히는 등 결혼.이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 달라진 이혼 풍속도.

지난해 5월 결혼한 신모(31.여.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돼 최근 남편과 이혼에 합의했다. "결혼후 4개월쯤부터 시작된 부부싸움을 계속 하느니 아예 갈라서는 게 나을 것 같았다"는 신씨는 이혼합의 후 더 큰 싸움을 치르고 있다. 생후 1달도 안된 딸의 거취를 두고 서로 안맡겠다며 남편과 다투고 있는 것.

결혼생활 20년이 넘은 김모(46.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얼마전 팔공산 한 러브호텔에서 아내의 간통 현장을 목격하고 이혼을 결심했다. 김씨는 "부부생활 20여년동안 온순하고 순종적이던 아내가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다"며 "주위에서는 자녀를 생각해 부인을 용서하라고 하지만 고심끝에 아내를 법정에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대구지역의 전체 이혼사례 2천400여건 가운데 김씨처럼 아내의 불륜때문에 갈라선 것은 50건당 1건꼴인 50여건에 이른다. 과거에 거의 볼 수 없었던 자녀 양육권을 서로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부부도 전체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0여년간 이혼상담을 해왔다는 대구지역 한 변호사는 "부모 모두 자녀의 친권자 자격을 포기할 경우 아이들은 대부분 보육원이나 해외로 입양돼 또다른 문제를 낳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 결혼관도 달라져.

결혼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만난 서모(29.여.교사.대구시 서구 평리동)씨와 두달만에 결혼식을 올린 김모(30.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세무직 말단 공무원.

김씨는 "과거 기피대상으로까지 꼽혔던 공무원이 경제악화 이후 최고 인기 신랑감이 됐다는 이야기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결혼하게 돼 기분은 좋다"며 멋적게 웃었다.

대구시내 결혼정보업체들에 따르면 끝없는 경기 침체와 잇따르는 실직사태와 관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들이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한때 각광받았던 벤처사업가 대신 1등 신랑감으로 꼽히고 있다.

또 결혼식장에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주례자의 이야기를 비디오에 담아 화상으로 주례를 진행하거나 아예 주례없이 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신랑.신부가 동시에 입장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에 속하고 신랑의 친구인 남자가 부케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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