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4월 장의업체 특수, 예식장 울상

'손 없는 달'이라는 음력 윤4월(양력 5월23~6월20일)을 앞두고 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의.제기.석물 등 장의 관련 업체, 이삿짐 센터 등은 특수를 맞은 반면, 예식장은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특수를 노려 뜨내기 장사꾼이 값싼 중국산 수의를 노인들에게 속여 파는 바람에 지역의 이름 난 명주가 피해를 입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지역 수의.제기 업자 등에 따르면, 수의 경우 평소 보다 주문량이 20∼30% 정도 늘고, 제기 구입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삿짐 센터 관계자 역시 예약이 10%쯤 늘 것으로 기대했다.

영주에서 7년째 수의를 만들고 있는 이종재(33)씨는 "'남의 달'이라는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 요즘 주문량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함창(상주) 명주와 삼베로 된 한벌(중상품)이 60만~70만원, 명주.삼베 혼합은 70만∼80만원 선에 팔린다. 그러나 뜨내기 장사꾼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팔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의 특수가 일자 요즘 안동포 생산 농민들 얼굴이 밝다. 삼베 주산지인 임하면 금소리, 서후면 저전리 등에는 안동포를 사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청과 농협을 통한 전화문의도 잇따른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1호인 안동포 제조기능 보유자 배분령(96, 임하면 금소리) 할머니와 며느리 우복인(70, 문화재 후보자) 할머니는 "중국산에 속지 않으려고 여기까지 직접 오는 사람이 많다"며, "수의용은 다섯필 한세트로 팔고 있다"고 했다.

수요가 많으니 자연히 값도 올랐다. 작년에 한필(40자, 13.2m) 당 45만~48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50만~55만원을 호가한다. 앞으로는 더 오를 전망. 특품은 최고 140만을 웃돈다. 안동에서는 600여 가구에서 이를 생산하고 있으나 호당 다섯필 정도 밖에 생산할 수 없어 총 공급 물량은 3천필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명주 역시 마찬가지여서, 성주군 용암면 본리리의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87호 명주 제조자인 조옥이(82) 할머니의 손길이 바빠졌다. 작년에 6필 120자를 만들어 냈다는 할머니는 "올해는 기력이 떨어져 주문에 충분히 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유기도 때를 만났다. 봉화군 봉화읍 삼계리 유기마을의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22호 김선익(65.내성유기) 고해룡(66.봉화유기)씨는 "일주일에 2∼3건의 구입 문의가 오고 있고, 윤달이 가까와질수록 더 늘 것"이라고 했다.

묘소에 설치하는 석물에도 관심 갖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 본격 특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듯 했다. "윤달에는 묘소를 손질 해도 화가 없다"는 속설 때문에 상석.잔디 등이 주 관심거리가 되지만, 성주석물(성주읍) 황갑성(59) 대표는 "전화 문의는 늘었으나 주문은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고 했다. 인접 가야석물 김종순(62) 대표 역시 "종전에 보던 윤달 때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동지역 석물상에는 주문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를 노려 일부 업소는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윤달 할인행사까지 마련했다.

윤달에는 사찰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집중돼, 양초.향.불경 등도 '윤달 특수'에 한몫 끼어들 전망이다. 봉정사(안동 서후면) 성묵(42) 스님은 "사찰 낙성식과 부처님 점안식, 물론 삼사(三寺) 순례 등 사찰의 주요 행사가 빈(空) 달인 윤달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삿짐 센터에도 윤달에 이사하려는 예약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예식장은 울상. 봉화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윤달에 결혼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에 그 기간 예약은 거의 없다"고 했다.

권동순.김진만.박용우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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