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원-달러 환율, 이로 인한 금리 상승 및 물가 불안 등으로 올해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환율 폭등
3일 오전 외환시장에서는 엔저에 영향받은 원화가치가 지난주에 이어 폭락, 원-달러 환율이 1천355원대까지 치솟았다.
원화 가치 폭락은 주로 엔화 가치 하락 때문으로 엔화는 지난주 중반에 잠시 하락, 달러당 121엔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주후반부터 다시 올라 2일에는 126.5엔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상승이 숙지지 않고 향후 1개월 이내에 1천4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점. 미국계 금융기관들은 엔-달러 환율도 6개월 이내에 140~145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엔저 현상을 감안해도 최근의 극심한 원화 평가 절하는 너무 과도하다"며 "국내의 환율불안 심리 때문에 달러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리상승
환-달러 환율 폭등과 물가 불안 등으로 금리가 2일 연 닷새째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채권시장이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채권시장은 이날 일부 기관들이 손절매 물량과 투매성 물량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달 26일 5.68%에서 이날 6.66%까지 닷새만에 0.98% 포인트나 수직 상승, 채권시장의 시스템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리가 이처럼 상승하는 것은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내 물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심리 자체가 아주 불안하게 반응하는 것이 금리 폭등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금리가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채권을 편입한 금융기관들의 평가손이 확대되고 있으며 채권형 펀드의 원금 손실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설정된 채권형 펀드의 경우 보유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서고 원금을 까먹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불안 때문에 금리도 치솟고 있다. 당분간 금리 움직임은 환율의 직접적인 영향력 하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피해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외화 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 부담이 큰 원사, 항공, 해운, 정유, 철강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원사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격을 올려야 할 입장이지만 원사를 구매해야 하는 직물업 경기가 최악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항공업계의 경우 항공기 도입에 따른 외화 부채가 대한항공 28억달러, 아시아나 항공 14억달러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1원 하락할 때마다 각각 28억원, 1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도 비용증가와 원유도입 대금 결제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환율상승분만큼 석유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도 불안
수출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엔화의 동반 하락으로 이에 대한 효과는 크게 기대할 게 없는 셈. 지난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해 지난 9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 경기 부진 탓도 있지만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도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기업들은 외환관리 기능이 거의 없어 환율이 상승해도 기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제대로 분석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97년말 이후 외환 위기를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의 대외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감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 등에 3년간 48억달러 정도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지만 엔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정암 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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