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구름끼는 햇볕정책

오늘 예정된 4차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간 민화협 실무접촉이 무산됨으로써 6·15남북정상회담이후 활기를 보여오던 남북대화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는 우려할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최근 5차남북 장관급회담 및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납득할 이유 없이 무산시켰고 3~4월 중에 남북간에 열기로 했던 경협추진위, 전력실무위, 임진강수방대책위, 어업실무협상 등도 모두 연기해놓은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남북교류의 장기정체로 이어질것 같은 걱정과 함께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다각적으로 다시 점검해봐야할 시점에 이른 느낌을 준다.

특히 4차남북적회담은 지난 1월말 3차회담 당시 남북간에 합의한 일정인데도 북측이 아무런 통보조차 없이 이를 무산시킨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도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 이번 적십자회담은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본격적 상봉과 서신교환 등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왔는데 이같은 북측의 태도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남북이산가족의 문제는 더이상 냉전적 입장이나 정치적 고려사항이 아닌 인권문제다. 북측은 무슨 이유로든 이를 지연시켜서는 안된다.

북측이 왜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의 부시정부출범과 한·미정상회담이후 북측의 한국과 미국에 대한 반응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사실과 최근 김영대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부위원장의 아바나 발언이 그들의 속사정을 짐작케한다. 북측 민화협 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규정하고 "미국이 올 상반기중 대북정책을 정리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지켜본뒤 대응방침을 결정할 것"이라 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북측이 조만간 회담에 응해올 것"이라든가, 금강산 육로관광추진 등 우리정부 당국자들의 낙관적 발언 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고로 미·중간에는 신냉전의 기류마저 감돌고 있다. 부시정부 출범이후 협력적 동반자관계에서 경쟁자관계로 달라진 미·중간의 마찰이 북·미간의 갈등을 심화시킨다면 남북문제도 꼬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등 남북문제 전반에 대한 낙관적 태도만 보일게 아니라 현명하고 현실적 대응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북측도 남북대화의 적극적 호응만이 한반도의 문제와 경제난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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