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사학계의 거목인 조동걸(국민대 명예교수)선생은 학계에서 '타협을 모르는 반골기질의 소유자'로 통한다. 좌절의 연속이라 할 우리의 독립운동사나 한말 의병전쟁 및 백범 김구 등을 끈기있게 재해석하는 한편 최근 한일어업협정이나 시민운동, 박정희 기념관 문제에 대해서도 남들이 마다하는 비판자, 선동가, 잔소리꾼을 자처한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후학들이 준비하던 고희 기념논총을 거부하고, 대신 논문집과 문집 등 단행본 2권을 내는 것으로 칠순을 자축했다. 칠순 기념문집 '그래도 역사의 힘을 믿는다'와 논문집 '한국 근현대사의 이상과 형상'(푸른역사 펴냄).
매일신문 등 각종 일간지와 잡지 기고문 등을 묶은 이번 문집에서 선생의 외곬기질과 역사인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한 우물만을 고집해온 학자들이 흔히 '잡설(雜說)'로 부르는 이들 산문에서 그는 독설을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시국과 정치인들에 대해 혹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독설의 기저에는 선생의 역사학, 역사학자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등 철저한 역사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역사란 꿈을 만들고 실천해가는 작업의 연속이며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역사학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이상과 형상'은 지난 97년 정년퇴임후 2, 3년 동안 발표한 논문들을 모아 엮은 것. 사회운동, 민족운동, 독립운동에 관한 논문들로 채워져 있다. 의병과 의병전쟁을 통해 부상한 한국적 정의의 실체를 규명하거나, 독립운동을 일으키고 전개하고 마감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 민족적 양심을 규명하는 연구성과들을 담고 있다. 또 독립운동의 이념과 관계된 논문을 성격과 유형별로 모으고, 20세기 한국사와 한국사학을 회고하는 한편 21세기 한국사학을 전망한 논문들을 함께 엮었다.
이 논문집에는 독재와 식민통치에 맞선 인간주의 역사학을 구체화한 사례연구를 담고 있다. 을미의병을 비롯한 각종 의병운동, 김창숙과 유인석, 김대락, 청산리전투, 간도참변, 신채호, 조소앙 등 논문집에 실린 주제는 모두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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