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중 정찰기 신경전

(워싱턴.베이징연합)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으로 양국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측 관계자가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미 미군 정찰기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2일 전해져 외교.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중국측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해군 정찰기 EP-3가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링수이(陵水) 비행장이 비상 착륙한 직후 중국 당국자들이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승무원들은 정찰기로부터 격리됐다고 보도했다.

이 정찰기에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첨단 전자도청 장비들이 가득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같은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었던 미국정부의 태도가 강경대응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이같은 상황에서는 승무원들이 가능한 많은 정찰장비들을 파괴하는 것이 관례라고 밝혔으나 승무원들이 실제로 장비를 파괴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 디펜스 위클리의 폴 비버 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비행기에 들어가 컴퓨터나 하드 디스크에 접근했다면 미국으로서는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정보수집 비행기중 하나"에서 얻은 정보를 러시아에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팀을 긴급 소집, 회의를 가진 뒤 백악관에서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중국측의 태도가 "당혹스럽다"면서 승무원 24명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송환과 조속한 기체 반환을 촉구했다.

중국은 사건발생 초기 미군 정찰기가 중국 영공을 침범했으며, 이번 사건 발생에 책임이 미군기에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현지로 급파된 미국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피하고 있다.

주중 미국대사관 국방무관 닐 실록 준장과 해군무관 브래들리 캐플런, 광저우(廣州)주재 미국 영사관 소속 관리 1명 등 3명의 미군 관계자들은 하이난다오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에앞서 EP-3가 "가장 발전된 기종 중 하나로 중국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첨단 비밀기술이 사용돼 안보상 위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의원을 비롯한 일부 상원의원도 중국이 EP-3에 대한 조사를 시도한다면 양국 관계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 중국측의 대응에 따라 이번사건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사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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