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권 인천공항 이용 불편

국제공항이 김포에서 인천으로 옮겨가고 난 뒤 특히 대구권 해외 여행객들의 불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으로 갈 경우엔 김해공항에서 타면 되지만, 그 외 미주·유럽·중동 등 노선은 불가피하게 인천까지 가야 하기 때문. 그러나 국내선을 타고 김포로 갔다가 다시 인천까지 옮겨가야 하게 됐으니 문제가 보통 복잡해진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이 된 뒤, 일부에서는 "대구권 여행객들이 인천 보다는 차라리 일본을 거쳐 미주·유럽으로 가려고 김해공항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사실이라면 국익에도 큰 해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에 낼 공항이용료를 일본에 넘겨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서 갈아 타려면 우리나라 여객기 보다는 외국 여객기를 타야하게 될 가능성 또한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행객 편의야 무시하든 말든, 달러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일 것이다.

지난 2일 살펴 본 김해공항. 이날도 국제선 터미널은 많은 해외 여행객들로 붐볐다. 오전 10시30분의 일본 후쿠오카행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오후 2시30분 뜨는 마지막 도쿄행 일본항공까지 이날 하룻 동안 운행된 7편의 항공기를 타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날 출국자는 모두 1천300여명. 일요일이던 지난 1일 출국자도 1천700여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은 소문과 다른듯 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일본을 거쳐 미주·유럽으로 가는 승객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일본항공 부산 여객지점 황용준 계장은 "아직까지는 일본을 거쳐 미주·유럽 등으로 나가는 승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승객의 최종 목적지도 일본이었다. 탑승수속 중이던 노희진(20·여·부산 연산9동)씨는 "후쿠오카에 유학 가는 길"이라 했고, 최진영(36·부산 덕포동)씨도 최종 목적지가 도쿄라고 말했다. 대구권 사람들은 더 찾아 보기 어려웠다."앞으로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업차 미국에 자주 간다는 김종하(46·부산 양정동)씨는 "언어 소통 등 어려움이 많은데 뭣하러 굳이 일본까지 가 갈아타고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요금과 시간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면 모를 일이지만…". 김씨는 다만 여운을 남길 뿐이었다.

그렇다면 경비에서는 어느 쪽이 유리할까? 비수기 평일 편도 기준으로 인천을 거쳐 출국할 경우를 가상한 대한항공 요금은 대구~김포 4만6천원, 인천~LA 55만원, 인천~파리 65만원이라고 했다. 일본을 거쳐 나갈 경우에 맞춰 일본항공(JAL) 요금을 보면, 부산~도쿄 23만1천600원, 도쿄~LA 45만원, 도쿄~파리 47만5천원이었다.김포를 거치더라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일본 경유 코스 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은 것이다. 단순 비교 한다면, 오히려 인천을 통해 나가는 것이 비용·시간 양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기도 했다. 특히 대구공항에서 수화물을 부치면 김포공항을 거쳐 곧바로 인천공항 국제선 수속까지 무료로 완료되기 때문에, 승객들로서는 맨몸으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관계자는 강조하기도 했다.그런데도 왜 대구권 사람들이 김해공항으로 몰린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일까? 대한항공 김형두 차장은 "인천공항과의 직접 연결편이 없는 게 말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구권 여행객 역시 김포·인천공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우리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어 연결편이 잘 마련돼 있고, 언어 등에서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일본항공 측은 조금 다른 기대를 갖고 있는듯 했다. 앞서 황용준 계장은 "영남권 여행업체들이 일본을 경유하는 미주·유럽행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어 앞으로는 그런 승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로부터는 일본항공이 오사카(매일), 도쿄(주5회), 나고야(주3회)로 운항하고 있다. 후쿠오카 편은 승객 감소 때문에 지난달 말 중단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도쿄(주6회), 오사카(매일), 나고야(주4회), 후쿠오카(매일)를 운행하면서 일본항공과 같은 요금을 받는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저절로 명백해지는 셈이다. 대구공항 등도 하루빨리 인천공항으로의 직항편을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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