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금리 상승, 기업들 비명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국내 굴지의 인쇄업체인 ㅎ사. 한 지면에서 원하는 도형, 글자, 그림에만 코팅을 할 수 있는 옵셋인쇄기를 도입하려고 계약까지 끝냈지만 고민이 많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당초보다 부담이 10% 가량 더 늘었기 때문.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철강, 원사, 자동차부품, 전자 등 지역의 주력 업종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수출업체들도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챙기고는 있으나 엔화약세로 인한 바이어 이탈 및 가격인하 요구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물량감소로 채산성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지역 경제여건이 악화일로다.

원자재 및 핵심부품이나 장비를 외화로 도입해야 하는 업체들은 그냥 앉아서 하루 수백만~수천만원의 환차손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추세가 3일부터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이 1달러=130엔=1천400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리스크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대기업들과는 달리 지역 중소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불안감과 피해만 느낄 뿐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달성공단에 있는 섬유업체 ㅇ사 대표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나 조합, 협회 등 어디에 물어봐도 환율 관리기법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곳이 없다"며 "솔직히 계약을 언제 해야 좋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포항제철은 지난 해 2001년 경영계획을 세울 당시 환율을 달러당 1천110원으로 잡고 원료조달, 수출,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폭등으로 원자재 도입에서만 3천억~4천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원료인 고철 소모량 중 40% 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전기로 철강업체들도 환율이 1천300원대에 머물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도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 엔화가치가 동반하락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바이어들의 가격인하 요구도 만만찮다.

코오롱 구미공장 김형권 이사는 "환율이 1% 상승할 때마다 경상이익이 6% 가량 증가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덤핑공세에다 주요 바이어들이 엔화약세 때문에 일본으로 거래선을 돌리는 바람에 죽을 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출부진으로 구미 LG전자의 경우 최근 생산물량을 15~20% 가량 줄였으며 이같은 여파로 LG 협력업체 상당수가 조업단축을 하고 있는 실정.

한편 대구상의는 수출중심 업체들의 경우 수출대금을 가능한 앞당겨 받은 후 달러로 보유하는 기간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면 수입중심 업체들은 수입대금을 하루라도 일찍 갚게 하고 있다.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시기를 늦출수록 환차익을 올릴 수 있고 반대로 수입대금이나 외화 부채를 하루라도 일찍 갚으면 그만큼 적은 돈을 지급해도 되기 때문이다.

최정암 jeongam@imaeil.com

김성우 swkim@imaeil.com

박정출 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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