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교육개혁이 되레 과외 조장

초·중·고교생 학부모들이 지난해 쓴 과외비가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서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들이 되레 과외비 상승과 고액과외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말 전국 125개 초·중·생 1만2천459명, 학부모 1만2천242명, 교사 324명을 대상으로 가진 설문조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과외비가 무려 7조1천276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999년에 비해 5.2% 증가하고, 전체 교육 예산의 31.4%에 해당하며, 학생 1인당 133만5천원을 지출한 꼴로,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해 준다.

더구나 서울 강남·분당지역 등은 전국 평균의 2~3배나 돼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30만원 이하의 소액과외는 줄어든 반면 151만원 이상의 고액과외는 크게 늘어나 지역간·계층간 위화감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점으로 볼 때 그간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발전과 개혁에 이바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황폐화를 부르고, 이 같은 교육 시스템으로는 그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이 보충수업 폐지, 새 대입 제도, 수행평가, 특기·적성 교육, 특별전형 확대 등이 과외비를 되레 부추겼다고 보았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보충수업 폐지는 학원 과외를 부추겼고, 과외금지 정책은 과외비를 증가시켰으며, 과외비 지출이 많은 지역일수록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고 분석한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판결 이후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과외 열풍은 더욱 거세졌으며, 2002학년도 대입 전형 기준이 특기와 적성 위주로 다양화되면서 과외 종류도 그만큼 더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는 우리 공교육의 장래를 위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교육 위기를 땜질식 보완책으로는 도저히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정책 당국은 바로 자신들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법부터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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