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예술결합 '상생'모색
경제가 바닥이니 순수 문화예술은 납짝 엎드려 숨도 쉬지 말라고?
먹고 살 만해야 문화를 돌보지,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우리나라 사람 특히 경상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미미하다. 그저 먹고 살만한 계층이 사치처럼 문화예술을 사랑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도 미미하다. 더구나 기부문화에 관련된 법이 바뀌면서 연말 정산혜택까지 못보게 돼있어서 기업의 문화에 대한 지원은 위축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문화는 부유층, 가진자, 배운자들의 호사물이나 액세서리에 불과할까? 국민소득이 세계 최고인 중동의 여러나라가 결코 문화대국이지 않고, 동구의 나라들이 먹을 게 없어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차이는 바로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문화의 힘. 순수 문화예술의 힘은 대중문화와 달리 그냥 자라지 않는다. 기업과 문화의 짯짓기, 문화와 교육의 연대 등이 각 분야에서 활성화되지 않으면 문화는 고사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선진 외국은 물론 서울과 부산, 광주등지에서 기업의 댓가없는 문화예술지원을 뜻하는 기업메세나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국 예술지원 기업협의회 '아트 & 비즈니스(A&B)의 콜린 트위디 사무총장(48)은 "불황을 극복하고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의 잠재된 창의력을 키워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의 아트 & 비즈니스의 회원으로 가입한 영국 기업은 350군데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부상조를 통한 상생의 길을 가꾸고 있다.
76년 A&B가 출범할 당시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은 50만파운드에서 불과 25년만에 1억4천100만 파운드로 무려 282배나 늘어났는데. 이같은 발전적 변화는 영국 정부의 변함없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하는 업체는 몇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그친다. 올들어서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한 업체는 동아백화점이 동아아트홀 재단장 기념 고암 이응노 전을 유치하면서 1천500만원을 지불했고, 문학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정동고등학교(교장 김철수)는 매년 대구시립극단의 정기공연에 학생들을 단체로 관람시키는 문화활동을 교육과 연계하고 있다. 수험에 찌들린 학생들을 위한 학교측의 배려가 돋보인다. 대구과학대는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8회 대구연극제의 표를 300만원어치 구입했으며, 서양화가 박병구씨가 개인후원회를 대구에서 첫 결성하여 작품전을 열었으며, 서예가 두어명이 개인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와 기업을 연결시키는 핵심은 무조건 기업체에 가서 돈을 달라는 구걸이 아니라 어떻게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고, 교육효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를 설득하는 것.
"예술과 기업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고, 예술이 기업창의력의 열쇠라는 것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문화인과 정부가 기울여주어야한다. 지식경제사회에서 문화는 핵심이자 모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해야하는 기업은 기술개발에 문화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 기소르망의 지적을 되새겨볼 때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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