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자치단체의 대북 교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신드롬'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북측의 장관급 회담 일방적 연기통보 이후 조금은 시들해졌다.

하지만 대북 화해협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또 멀지않은 장래에 우리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것이란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현단계서도 상당수 지방 자치단체들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교류협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정부차원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이들 자치단체의 교류는 말할 것도 없이 경협 본격화에 대비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각자치단체의 교류신청은 총23건.이중 15건이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이미 성사됐거나 추진되고있다.

남북경협, 지역경제의 새 돌파구

최초의 자치단체장 방북은 지난해 3월말 우근민 제주지사의 평양방문.98년부터 계속된 감귤보내기 사업의 현지확인 명목으로 성사됐다.김진선 강원지사는 지난해 12월 남북 강원도간 교류협력을 위해 방북, 금강산과 설악산의 관광 연계개발을 논의했다.

유종근 전북지사는 지난 1월 평양을 방문, 오는 10월 개최예정인 전주 세계 소리축제에 북한 음악단체를 초청했다.광주에서는 고재유 시장에 이어 경제인들이 최근 방북, 평양 또는 남포에 광주김치공장 설립을 합의하고 돌아왔다.기초단체로는 차관훈 전남 완도군수가 지난달초 미역지원 협의차 방북했다.

그러나 대구 경북지역의 자치단체는 대북교류가 전무하다.지난해 경주문화엑스포에 북한측의 참가를 타진하다 불발로 그친 것이 고작이다.

사과.섬유 등 교류 아이템 많아

물론 아직 자치단체의 교류는 상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북한측이 가시적 '선물'을 바랄 경우 항간의 지적처럼 일방적 '퍼주기'에 그칠 수도 있다.하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꼭 손해를 보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제주도는 지난 98년 100t, 99년 4천t, 2000년 3천t, 금년 1만t(예정)등 매년 감귤을 지원하고 있다.인도적 차원의 동포애와 함께 과잉생산, 오렌지 수입 급증 등으로 가격이 폭락한 국내 감귤시장의 출하물량을 조절, 가격지지를 하기위한 것도 하나의 목적이다.

제주도는 '범도민 사랑의 감귤보내기' 모임을 조직, 도민 성금으로 구입한 감귤과 생산농민들의 현물 성품을 보내고 있다.전체 경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물류비는 생산자단체인 감귤농협이 부담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주민부담은 상당폭 덜어질 전망이다.

경북에서도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사과를 제주도와 유사한 방법으로 대북교류에 활용할 수는 없을까.

북개방 대비, 장기적 준비 서둘러야

사과는 수요감소로 매년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작황과 시장여건에 따라 재고가 정도이상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않다.얼마전 과잉생산된 사과가 천덕꾸러기로 전락, 농민들이 저온저장 사과를 능금농협에 통사정해 납품한뒤 돈대신 사과주스를 받았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었다.

북한의 과수재배 실정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미 오래전에 베어낸 국광을 아직 재배할 정도로 낙후돼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몇년전 제3국을 통해 전달받은 사과 샘플이 생과일로 판매하기에는 곤란할 정도로 작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것이 한 수입업자의 이야기다.교류의 아이템으로 남북양측의 외형적 조건은 일단 갖춘 셈이다.

또 다른 교류의 물꼬로는 고도(古都)라는 공통점을 지닌 경주와 개성의 연계관광, 국내 최대 참외재배 단지인 성주의 비닐하우스 기술전수 등도 검토대상이 될수 있다.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북한의 개성공단에도 상당수 지역 섬유업체들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대구시 차원의 교류협력 노력도 요구된다.

향후 남북교류는 경제적 측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 틀림없다.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북한의 개방시대에 대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준비해 나갈 시점이다.

지국현 편집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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