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불안 잠재우기 극약처방

외환당국이 5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처음으로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시장 직접개입을 선언한 것은 최근의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환경이 그만큼 나쁘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환율 급등에서 비롯되는 만큼 당국이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불안심리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외채상환 때문에 올들어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944억 달러나 되고 외환당국의 선언에 따른 심리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율의 이상 급등은 크게 수그러질 전망이다.

▶트리플 약세=시장에서는 최근 주가가 폭락, 금리는 치솟으면서(채권값 급락) 환율도 급등(원화가치 폭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펼쳐졌다.

특히 4일에는 그동안 원화환율 상승을 이끌어 온 엔화가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원-달러 환율만 21원 이상 올랐고 종합주가지수도 급락하는 등 시장의 요동을 단순히 외부요인으로만 돌릴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과 일본의 장기불황 등 대외여건 악화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으며, 엔화의 약세는 이달 들어 주춤하기는 하지만 기조가 돌아설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또 4일 오전 서둘러 열린 금융정책협의회가 알맹이 없는 안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시장만 더욱 악화됐다는 비난도 외환당국이 강수를 두게된 배경으로 시장에서는 보고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보도자료를 만들어 직접개입을 선언한 것은 환율 오름세 심리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라면서 "시장이 당국의 강경한 자세를 확인할 경우 바로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투기심리 확산 방지=한국은행 이재욱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이날기자간담회에서 "비정상적인 투기심리를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적인 시장 요인으로 볼 때 엔화의 약세기조를 돌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섣불리 외환보유고를 동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고 이같은 전망이 환율오름세 심리를 부추겨온게 사실이다.

한국은행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 얼마든지 직접개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투기적인 심리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외환거래는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화가 이상적으로 절하돼 온게 사실이다. 3월에 경상수지에서 13억2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자금도 4억3천만 달러가 순유입 되는 등 수급만으로 보면 원화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월 이후 일시적으로 유입세가 멈추기는 했으나 이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지 본격적인 한국시장 이탈로 볼 수는 없다고 외환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어느나라 중앙은행이건 간에 국제적인 흐름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시장에 직접개입하면 일시적으로 오버슈팅 된 부분은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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