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5일 수업 새학기부터 실험실시

올해 초 전국의 많은 학부모들은 생각도 못했던 고민에 빠졌다. 주5일 수업을 새 학기부터 실험 실시하고 점차 확산시키겠다는 교육부의 발표 때문. 토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에게 도대체 뭘 해 줘야 하냐는 걱정은 차라리 사치였다. 아이들을 혼자 둬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겐 한숨만 터지는 일이었다.

◇토요일엔 뭘 하나=3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대구 경동초교. 주5일 수업 실험학교이다. 그런데도 '다행스럽게' 아동들은 모두 정상 등교했다. 하지만 정작 교실은 비어 있었다. 학년별로 제각각의 교실 밖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입학한 지 얼마 안 된 1년생들은 학교 안에서 소꿉놀이를 했다. 2년생들은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연극을 봤고, 3년생들은 대구박물관 뒷산에 봄놀이를 갔다. 4.5학년은 도서관에 갔으며, 6학년은 수영하러 갔다.

단순히 노는 날은 아니었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내용 중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지요". 조박자 교장은 앞으로도 박물관이나 도서관, 사적지, 친구집, 스포츠센터 등에서 다양한 내용의 활동을 하도록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운영하나=주5일 수업이라고 토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자리잡기 요원한 상황도 문제이지만, 프로그램도 없이 무조건 놀아라고 하는 식은 아니라는 것.

현재까지 제시돼 있는 주5일 수업 운영 모델은 '토요 종합학습' '토요 자유 등교' '월1회 주5일제' '월2회 주5일제' 등 4개. 모든 모델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경동초교는 '월1회 주5일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주5일 수업이 이뤄지는 것은 일년 중 10주. 그 가운데 5개 주의 토요일엔 이번처럼 학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진짜 노는 날은 5일뿐인 것. 맞벌이 부부가 40%나 되는 점을 감안해 휴업일은 개교 기념일인 4월30일, 설.추석 전날, 징검다리 연휴의 중간날 등으로 정했다.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가르친다='학교 가는 토요일'의 프로그램은 얼핏 종전의 '책가방 없는 날' '현장학습의 날'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다르고 배우는 학생들의 자세가 다른 것이 큰 차이였다. 이 때는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직원, 연극배우, 학부모, 이웃 아줌마 등 지역사회 내의 모든 사람들이 교사가 된다. 학교 선생님은 이를 보조할 뿐, 학생들은 내가 사는 곳 주위를 몸으로 부대끼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국 주5일 수업에서 생기는 부담은 가정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몫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셈. 그래서 대구시교육청 김정호 장학사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올바른 관심이 있어야 주5일 수업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전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개별 가정에만 맡길 경우 형편 되는 가정의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차별이 생길 수 있고, 또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라며 학원 보내는 날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언제부터 확대되나=교육부는 일단 실험학교를 2년간 운영한 뒤 2003년부터 시범학교나 연구학교 형태로 늘려갈 예정이다. 그러나 완전한 전면 실시는 학부모의 주5일 근무제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아이 어쩌나 하고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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