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대 고승 열반시집 낸 정휴스님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은 한줄기 바람처럼 왔다가 달 그림자 지듯(生來一陣淸風氣, 死去澄潭月影沈) 홀연히 적멸(寂滅)에 드는 것을 즐겼다. 생사를 초월한 스님들은 그렇게 입적(入寂)하면서 한편의 시(詩)를 남겼다.

죽음을 눈앞에 둔 선승들이 자신의 절절한 삶의 체험이나 치열한 구도 끝에 깨우친 진리의 세계를 시 한수로 표출한 임종게(臨終偈). 한.중.일 역대 고승들이 죽음을 맞아 토해낸 이같은 열반시(涅槃詩)가 한권의 시집으로 출간됐다.

지난해 이맘때 '적멸의 즐거움'이란 책으로 선사들의 입적 이야기를 전했던 승려문인 정휴(正休) 스님(금오산 해운사 주지)이 올 봄 '죽어서 詩가 되는 삶이 있습니다'란 시집을 냈다. 창작시집이 아닌 선사들의 열반송을 모은 것이다.

정휴 스님의 이번 열반시집 출간은 지난해 봄에 나온 '적멸의 즐거움'의 완결이자 지난해 가을 자신의 문학수행을 집약한 전집(10권) 완간의 사실상 마무리이기도 하다.

스님은 "이것이 문단데뷔 30년의 갈무리이자 수행의 제1기적 마무리"라는 정휴스님은 선사들의 해탈의 몸짓과 영혼의 모음(母音)을 책으로 엮으면서 자신 또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 나를 부르는 소리에/ 깨어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었다/ 밤새 머물고 있던 어둠이/ 떠나는 소리였고/ 별들이 빛을 거두어/하늘로 돌아가는 기척이었다'

그렇다. 스님은 시집을 통해 '별들이 빛을 거두어 돌아가듯 인간도 자성(自性)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일깨우고 있다. 어느 선사의 열반시처럼 봄바람 자르듯 훌훌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고 싶은 것인가.

"지난 문학수행도 바깥 인연에 다수 얽혀 있었어…. 이제 본래의 나를 찾아야지" 스님은 사람 만나는게 두렵다고 했다. 더욱 버리고 비워내는 수행을 통해 진리를 담을 수 있는 언어가 다듬어지면 글도 그때 다시 쓸 요량이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10년 동안 주석해온 해운사의 주지도 내놓을 작정이다. "수행 30년이면 그 마음이 꽃밭이어야 하는데, 향기는 없더라도 하물며 사람 냄새는 나야지…"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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