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광한의 우리농산물 이야기

쌀은 원래 '알'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벼, 보리, 조, 수수 등 낱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모두 알이라고 했으며 현대에 와서 알(쌀)은 밥짓는 재료로 말뜻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인에게 쌀은 주식(主食)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상에 쌀밥을 올리거나 삼신 할머니에게 무사 출산을 바랄 때도 쌀밥을 사용한 것을 보면 쌀은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어부가 태풍을 만났을 때 배 안에 쌀을 뿌리거나 여인네들이 신주단지에 새 쌀을 담아 천장 밑에 올려 두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쌀 농사는 요즘들어 자연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6만6천ha에 이르는 우리나라 논은 홍수방지, 수질정화, 산소공급, 동물서식처 제공 등으로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유형의 효과가 있다는 농림부 통계도 있다. 푸른 들녘을 보고 고향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정신적 안정감까지 합치면 가치는 더 높아진다.

쌀은 생존을 위한 식량 제공의 의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공존의 열쇠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러나 감상자들의 좋은 뜻풀이 뒤에는 농민들의 한숨과 시름이 있는 게 현실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80년대 130kg을 넘던 것이 작년에는 100kg 아래로 떨어졌다. 먹을 것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쌀이 설 자리를 수입 밀에게 내준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쌀 값은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면 수입 농산물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유독 농업 부문에서만 적용될 수 없는 일이다. 좋은 기술로 기계를 만들고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농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쌀로 대표되는 농업은 단순한 시장경제논리가 아닌 우리 식탁을 우리 손으로 지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농협성서하나로클럽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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