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떠났다가 돌아온 대구는 늘 그리던 대구가 아니었다. 깨끗한 거리와 많은 나무가 눈에 띄었지만 한 눈에 끌리는 매력은 없었다. 요란한 간판과 큰 건물이 들어선 대구는 마치 '작은 서울'에 온 느낌이었다. 불과 한 세대라는 짧은 기간에 상전벽해가 된 우리 상황을 보고 외국에선 발전으로 찬양하고 부러워 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고 부정적인 변화에 대한 방향수정을 해야 한다.
첫째, 대구는 현재의 인구 250만명 이상으로 도시규모를 늘리지 않아야 한다. 지난 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 이후 지자체들은 세수증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주민 수를 불려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민 수 증가는 세수증대 이상의 비용을 초래, 만성적 적자재정을 면치 못한다.
둘째, 대구 냄새가 나는 대구로 개발해야 한다. 왕건의 행적이 남아있는 숱한 장소들, 독립운동가들이 몰려다니던 여관 등이 허울좋은 현대화에 밀려 아예 자취를 감췄다. 사치스럽게 들릴지 모르나 양적 팽창때 도시미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탓이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는 근로자 평균 월급이 200달러도 안되는 가난한 곳이지만 방문객들은 소피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한다.
셋째, 대구 시민뿐 아니라 대구 방문객에게도 편리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으려면 앞서 말한 미적 요인 외에 사려깊은 안내판, 깨끗한 숙소, 친절한 태도 등을 갖춰야 할 것이다.
네째, 의식의 문제다. 공중질서는 지키지 않으면서 허례허식이 지나친 점은 예전과 다름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
그래도 대구는 서울살이보다 낫다. 교통적체도 심하지 않고 대기와 수질오염도 덜 심각하다. 대구를 보다 살기좋은 도시로 만드는 지혜를 모을 때다.
이석조(대구시 국제관계 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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