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제9회 대회는'태양의 나라'멕시코에서 열렸다.멕시코는 대회 유치를 놓고 아르헨티나와 경합을 벌이면서 금전·미녀 공세를 했다는 추문에 시달렸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길은 이번에도 험난했다. 중북미 13조 예선에서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간의 축구전쟁이 벌어졌다. 중북미 A조예선 결승에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만났다. 홈에서 1승씩을 주고 받은 후 멕시코에서 열린 최종전에서 엘살바도르는 연장전 끝에 온두라스를 3대2로 제압, 파란 많은 경기를 끝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살인, 약탈 등이 빚어지면서 두나라 국민들의 감정은 격해졌고 엘살바도르의 선전포고로 시작된'5일 전쟁'은 2천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 대회에서도 유럽과 중남미 대륙은 힘과 기술축구로 맞서며 나란히 4개국이 8강에 진출했다. 유럽에서는 서독.영국.이탈리아.소련이,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우루과이.멕시코.페루가 포진했다.
이 가운데 브라질과 이탈리아, 우루과이는 이미 두차례 월드컵에서 우승, 세번째 우승팀에게 영원히 주어지는 줄리메컵을 노리고 있었다.
줄리메컵의 행방이 걸린 최후의 일전은 우루과이와 서독을 각각 3대1, 4대3으로 제압한 브라질과 이탈리아로 압축됐다. 두 나라는 제3회 프랑스 월드컵 때의 준결승전 이후 32년만에 만났다.
선제골은 전반 18분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의 머리에서 터졌고, 이탈리아는 전반 38분 보닌세냐의 동점골로 따라붙었다.
후반전이 되자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21분 게르손이 결승골을 뽑고 자일징요와 알베르트가 1골씩을 추가, 4대1로 승리하며 3번째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브라질의 품에 안긴 줄리메컵은 16년 후 도둑을 맞아 주물공장에서 녹혀져 운명을 다했다. 이주녕(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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