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바지 촬영중인 영화 '신라의 달밤'

장면(S#) 38. 기동(차승원)과 베트콩(한성식), 코딱지(이정학)가 교문을 걸어 나서면서 주고받는 수작이다.

별명이 베트콩인 선생이 "아니 거기까지 가서 왜 애를 패…그런다구 수당이 나오나?"고 말하면 기동이 "돈보구 이 짓합니까.…교육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겁니다"고 한다. 여기에 베트콩과 코딱지가 멍하니 기동을 바라본 뒤 코딱지가 "그래두…결혼은 하셔야죠"하고, 그러면 기동이 앞서가다간 돌아보며 "결혼보다 세상을 바로잡는게 더 급합니다"하는 것이 일단락.

지난 2월 7일 크랭크 인 한 뒤 이달 20일까지 경주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중인 영화 '신라의 달밤' 제작팀이 5일 오전 경주동고(구 경주공고)에서 영화로 보면 불과 30초 거리도 안될 이 장면을 찍는데는 무려 7번의 NG가 났다.

학생으로 분장한 엑스트라들이 선생들 뒤를 계속 뒤따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 한번 NG가 나더니 이젠 베트콩 선생의 목소리가 낮아 또 다시 NG…. 막바지엔 촬영감독(정광석)에게선 OK사인이 났지만 총감독(김상진)이 "한번 더 가자"고 했고, 그러고 나서야 한 막이 넘어갔다. 오전 9시에 대형조명기구인 '파스칼 라이팅'에다 레일설치 등 1시간여 세트를 마련하고 촬영에 들어가 1시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되풀이…되풀이의 연속이었지만 '영화밥'꽤나 먹어서들인지 차승원은 물론 촬영진 누구도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쉬는 시간 차승원은 20여명의 구경꾼들 속에 아이를 발견하고 껴안고 사인도 해 주는 여유를 보였다.

'신라의 달밤'은 복고풍 제목과는 달리 액션코미디 영화. 10년만에 만난 두 고교동창생인 영준(이성재)과 기동이 라면집 여주인 민주란(김혜수)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우여곡절이 중심 테마다. 영준은 '범생이'에서 엘리트 깡패로, 반면 기동은 고교시절 깡패에서 순정파 체육교사로 인생이 유전(流轉)됐다.

4일 밤에는 경주 보문단지 별장마을에서 영준이 부하들을 혼내는 폭력 장면 촬영이었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5월 26일쯤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에 강행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 요청은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폭력장면이 기사화될 경우 자칫 '신라의 달밤'이 폭력영화로 오해돼 이미지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취재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

5일 경주동고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레디 고'이후엔 사진 셔터 소리가 나서는 안된다고 제작실장이 신신당부하는가 하면 주연 배우들에겐 인터뷰 등 가능한한 말을 걸지 말아달라고도 부탁했다.

한컷 한컷에 혼을 불어넣기 위해 고사지내듯 정성을 쏟고 있는 감독과 스탭, 그리고 배우들. 까다로운 취재 조건에 잔뜩 오른 부아가 '프로'의 모습에 촬영장을 떠나면서는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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