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첨단 차세대 여객기 하늘의 왕자 다툼

미국과 유럽의 차세대 여객기 개발경쟁이 치열하다.지난해까지 차세대 여객기 개발은 '크기'경쟁이었다. 선수를 친 것은 유럽국가들로 공동투자해 설립한 에어버스가 20세기 항공기 시장의 주도권을 미국 보잉사에 내준 것을 반성, 'A-380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오는 2006년 싱가포르 항공사에 첫 취항할 A-380은 규모와 편의시설면에서 기존의 여객기 개념을 뛰어넘는다. 무려 555명의 탑승객을 태울 수 있고 칵테일바, 체육관, 카지노 등을 갖춰 여객기라기 보다 '날아다니는 호텔'로 부를 정도다. 세계 항공사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현재 8개 항공사로부터 66대를 주문받았다. 대당 가격은 2억3천900만(3천220억)~2억6천300만달러(3천550억원) 수준.

현재 가장 큰 여객기인 747(400여석)기종을 보유한 보잉사도 에어버스의 공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기종 개발에 나섰다. 보잉사는 기존 747 기종을 한 단계 높여 525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747-X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주도권을 에어버스에 뺏긴 상태여서 단 한 대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보잉사 CEO(최고경영자) 알랜 뮬랠리는 지난달 29일 747-X 개발포기를 공식선언했다. 하지만 보잉사는 '크기' 경쟁은 포기한 대신 '속도'로 맞섰다. 음속과 비슷한 속도(마하 0.95)로 나는 차세대 여객기 '소닉 크루저'로 에어버스의 A-380과 경쟁하기로 했다.

소닉 크루저는 탑승객이 100~300여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가장 빠른 콩코드기(마하 0.8~0.85) 보다 훨씬 빠를 뿐 아니라 9천마일(1만4천km) 이상을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다. 게다가 빠른 이.착륙 및 음속에 가까운 운항으로 연료절감 효과가 커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잉측은 주장한다. 보잉측은 오는 2010년 소닉 크루저가 취항하면 시간에 쫓기면서도 안락한 여행을 원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잉사의 이같은 공세에도 불구, 에어버스는 자신만만하다. A-380의 최대속도와 운항거리가 마하 0.85 및 8천마일(1만2천800km)로 소닉 크루저에 뒤지지만 넓은 기내 공간과 편의시설, 대규모 수송에 따른 운송경비 절감 등의 장점을 지녀 '미래 항공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전문가들은 "보잉사는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클래스 여행객을 주타깃으로 하고 일반 항공시장은 에어버스에 내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0년 후의 항공시장을 어느쪽이 더 정확히 분석했는 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날렵한 디자인을 자랑하며 음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나는 '소닉 크루저', 초호화 유람선을 방불케하는 'A-380'. 세계적 항공기 메이커인 미국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중 누가 21세기 항공기 시장을 제패할 지 주목된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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