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신랑감 조건 변화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새천년 지구촌 미혼여성들이 신랑감 선택조건으로 '사랑'보다 '현실'을 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웃 일본의 여성들 경우 10년간의 장기 불황에 시달린 뒤끝인지 '돈'을 남편감의 조건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최대 결혼정보회사 OMMG가 도쿄와 오사카에 거주하는 20~39세의 미혼 직장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52.5%의 응답자가 '사랑'이나 '외모'보다 '높은 연봉'을 '최고 신랑감'의 요건으로 꼽았다. 이중 20대의 18.7%는 그래도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30대 여성중 사랑을 1순위로 본다는 응답은 고작 5.9%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신랑감으로 공무원이 1위를 차지해 최근 악화된 우리나라 경제 사정을 그대로 반영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회사원 등을 제치고 공무원이 '1등 신랑감'으로 떠오른 것은 잇따르는 실직사태 등 직업 불안정으로 그만큼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전통적인 직업관을 반영, 소위 '사'자 직업인 의사.변호사.검사 등이 여성들의 결혼 상대감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다 경제의 발전에 따라 증권회사 직원 등 회사원,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코스닥 열풍이 상징하는 IT산업 발전에 따라 벤처기업인 등 닷컴기업 종사자들의 순으로 '1등 신랑감'의 순위가 바뀌어 왔다.

▲최근 여성들이 '경제적 안정'을 택하는데 대해 당사자인 공무원 신랑감들은 "과거 기피대상으로 꼽히다 최근 갑자기 인기가 폭등하니 얼떨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은 편"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불안한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에 '사랑'은 뒷전으로 밀리는 세태의 변화에 씁쓸한 느낌이 듦을 어쩔 수 없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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