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른도 사이버 중독

출판업을 하는 강모(35)씨는 지난주 대구시내 한 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인터넷 바둑에 빠져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많아지고 사무실에서도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진 바둑판이 눈에 어른거려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

강씨는 "불경기로 일감이 없어 소일거리로 인터넷 바둑을 시작했다. 너무 빠져들어 사업을 포기할 정도가 됐다"고 털어놨다.

사이버중독이 어른들 사이에서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정신과전문의들은 "컴퓨터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불경기인 현실을 벗어나 가상세계로 도피해 재미를 찾는 어른 사이버중독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주부들 가운데는 채팅 중독에 빠져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주말부부인 이모(여.40.대구시 달서구)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최모(44.경북 칠곡군)씨와 탈선을 저지른 뒤 2천여만원을 빼앗기고 폭력에 시달리다 이달초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없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장난삼아 인터넷 채팅을 시작했는데, 잘못인줄 알면서도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후회했다.

이같은 사이버중독 풍조는 직장에 까지 번져, 남몰래 인터넷 섹스 사이트에 탐닉한 대학 교수가 망신을 샀다. 대구 모 대학 김모 교수는 "평소 점잖하기로 소문난 원로 교수가 연구실에서 음란사이트에 장시간 접속한는 사실이 전산망 보안시스템에서 덜미가 잡혔다"며 "그 교수는 교내 인터넷으로 접속한 사이트의 모든 것이 학교 서버 컴퓨터에 기록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이버 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과를 찾는 어른들도 생기고 있다. 대구 중구 모 정신과 의원장은 "중독 증상이 있는 청소년들을 부모가 병원에 데려오는 일이야 잦지만, 지난달 처음으로 게임 중독을 호소하는 성인 환자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철호 교수(정신과)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전국의 각 가정에 깔리면서 온라인 중독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컴퓨터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전에 좋아했던 취미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중독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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