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선채소 대일수출 비상긴급수입 제한으로 수출농가 타격

일본이 한국.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채소에 대해 '긴급 수입제한'(Safe-Guard) 조치의 발동을 검토하고 검역도 강화, 국내산 신선채소류의 대일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검역 강화는 이달 들어 이미 행동에 옮김으로써, 방울토마토·딸기·호박·오이 등 경북지역 신선 채소류의 일본 수출이 거의 중단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품목은 국내시장 출하로 방향을 선회, 가격 하락의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휘청대는 국내 수출농업

연간 10억 여원 어치의 '구구딸기'를 수출하고 있는 안동 풍천농협 경우, 그동안 전체 생산량의 95% 이상에 달해 왔던 수출 비중을 이번 달부터 10%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는 농협 물류센터 등을 통해 국내시장에 출하하기 시작했다. 12농가로 된 작목반이 6만여평의 하우스에서 연간 400여t을 생산, 부산의 수출업체인 '연합수산'과 수출위탁 계약을 맺어 수출해 왔으나, 최근엔 방향을 대폭 선회하고 있는 것.

국내 판매용 선별장을 만들고 10여명의 인력을 투입, 매일 2t 가량의 딸기를 처리하고 있기 시작한 작목반의 최상문(55) 반장은 "연합수산 측이 내수 판매를 협의해 와 그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반장은 "지금은 내수 판매가 수출 보다 오히려 kg당 1천∼2천원 이상 높아 문제가 없으나, 노지 딸기가 나오는 다음달 이후엔 수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어 큰 걱정"이라고 했다. 유철영(55)씨는 "국내 가격은 반짝 강세일 뿐이어서 결국 kg당 최고 6천∼7천원씩에 팔 수 있는 일본 시장에서 재미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안동·임하댐 덕분에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지역 특성을 이용해 연중 수출해야 하지만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했다.

한편 연간 200만 달러 어치의 오이를 수출해 온 전남 광양농협은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내수용으로 전환했으나, 국내 판로가 개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일 15t이나 생산돼 멀쩡한 오이를 폐기 처분해야 할 형편이라고 수출업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수출길이 막힌 뒤 국내시장 가격 불안은 대도시 도매시장은 물론 중·소 도시 재래시장에서까지 벌써부터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다. 영양 오이를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내다 파는 중간상 김봉석(54·포항)씨는 "오이 경매가가 3월 말에서 10% 정도 떨어져 요즘은 10kg 상자당 1만3천6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안동 신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권상희(여·50)씨는 "오이 값은 일주일 전 보다 50원 정도 떨어져 최근엔 개당 15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움직임

작년 11월부터 농수산물 수입이 연간 300만t에 이르고 신선채소류가 90만t을 넘어서자 일본 농수산성은 자국산 농산물의 가격하락 등을 이유로 긴급 수입제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런 의향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 이후 지난달 말 시모노세키 등 각 항구와 공항의 식물방역소에 '1일 검역 건수' 상한선을 지정하는 한편 불합격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또 4월과 10월을 '식물검역 적정화 계몽강화 기간'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각 항구 등에는 연중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두달간의 3년간 평균 검역 건수를 상한선으로 정해, 시모노세키 항의 상한선은 24건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국내 생산품은 하루 평균 30∼40건이 수출길에 오르는 있어, 많은 양의 채소들이 통관 지연이란 장애에 막혀 수출이 포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긴급 수입제한의 직접적 대상은 대파·생표고·골풀 등 3개 품목으로 일본 정부 부처간에 합의됐으나, 방울토마토·단고추(피망)·가지 등도 '감시대상'으로 지정돼 앞으로 수입제한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현지 신문들은 보도하고 있다.

◇보복 조처 등 강력 대응 요구

상황이 나빠지자 수출농가나 업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딸기와 방울 토마토를 수출하는 경기지역 수출업체 '해동통상'의 김현식(56) 사장은 "지금은 수출을 중단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복조처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 국제협력과 관계자는 "일본 수입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산 오이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의 조치가 WTO협정에 위반되는 지 등을 더 검토한 뒤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영양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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