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올해 이공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른 수학능력 측정 시험에서 수능시험 사학 만점자가 34명이나 낙제해 그 변별력에대한 심각한 의문을 새삼 제기케 하고 있다.
2001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을 놓고 '점수 인플레' '물 수능' '수능 대란'이라는 등 말이 많았고 엄청난 혼란도 겪었지만, 그런 말들이 현실감을 갖게 하는 경우에 다름 아니다.
서울대의 이번 자체시험에서 지난해 수능 '수리탐구 I'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 중 5.5%인 34명이 30점 미만(100점 만점)으로 불합격됐다. 영어과목 텝스 측정에서도 전체 신입생 중 24.4%가 501점 미만(졸업 요건 701점)의 점수를 받아 낙제했다. 심지어 '수리탐구I' 만점자 가운데 최하위권인 10점 미만의 점수가 나오거나 80점 만점에 78점을 받은 학생이 0 점인 경우마저 없지않다.대학 교육의 목적이 국민 공통의 기본 교육이 아니라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면 변별력을 잃은 수능은 그 목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번 수능은 점수 인플레 현상과 함께 학생들의 능력을 거품처럼 부풀리게 했는데, 이번 서울대 자체시험 결과도 그 사살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는 경우다. 공신력과 객관성을 보장할 만한 시험제도가 수능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잣대마저 흔들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실력보다 사소한 실수 여부와 운이 좌우하는 수능은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으로서의 의미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2002학년도 대입 수능부터는 9등급으로 구분되고, 그 비중도 낮아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합격여부를 가름하는 최대 요인이 될 것이다. 당국은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난이도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대학 수학 능력을 제대로 가리기 위해 변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교마다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다반사로 하는 마당에 수능 성적 만이라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아울러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필고사 형식의 시험을 대학 자체적으로 치르도록 하거나 대학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험을 공동으로 치르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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