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잠 설치는 의료계

지난 2일부터 경찰이 보험급여 허위.부당청구, 리베이트 수수, 환자유치를 위한 금품및 향응제공, 병.의원과 약국의 처방전 담합행위 등에 대한 단속에 들어가자 개원의들은 "이번에 걸리면 시범 케이스로 처벌받는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경찰의 '의약계 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단속계획'이라는 문건을 입수, 의사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해 정보를 교환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진료내역 통보 대상이 이달부터 전면 확대되자 개원의들은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내과 개원의 ㄱ씨(40)는 "요즘은 환자가 많이 와도 과다 청구 혐의를 받을까봐 반갑지 않다"며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특히 상당수 치과 개원의들은 관행적으로 해오던 이중 청구가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 북구의 치과 개원의 ㄴ씨(44)는 "충치치료의 경우 환자에게 비보험으로 일반 진료비를 받고, 보험공단에 다시 진료비를 청구해온 관행이 들통날까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낮은 수가를 보전해주기 위해 이중 청구하는 편법을 묵인해온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며 갑작스런 단속에 불만을 표시했다.

국세청이 의약분업이후 소득 증가를 감안, 종합소득세 표준소득률을 5∼15% 인상한 데 대해서도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교수들의 리베이트 수수를 문제삼아 공격한데 이어 이번에는 개원의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이비인후과 개원의 ㄷ씨(39)는 "예전에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영수증을 제약회사로부터 받아 비용으로 처리, 세금의 일부를 줄였는데 의약분업으로 이것도 불가능해져 지난해보다 25%정도 더 세금을 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같은 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의사협회는 9일 권한이 없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의료기관 현지조사 중단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경찰의 수사 중단도 관계기관에 건의했다.

한편 대구시의사회는 10일 오후 임시상임이사회를 열고 허위과다 청구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의사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김완섭 회장은 "허위과다 청구가 명백한 의사에 대한 자체 징계를 강화, 전체 의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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