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日교과서 강경대응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 그동안 '차분한'대응기조를 유지하던 정부가 9일 주일대사 일시소환, 유엔인권위 공론화 등 강경대응으로 급선회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교과서 문제에 대해 기존의 태도를 견지할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이날 오후들어 갑자기 최상룡 주일대사의 일시소환 등 강도높은 대처로 전환했다.

그동안 '한일 우호관계의 기본틀을 해치지 않는다'는 기준 아래 차분히 대응해온 정부가 이처럼 교과서 문제에 대해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일단 악화된 국민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전격적인 입장전환의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가운데 이날 오후 혼란스런 모습을 보인 것은 정부의 이같은 강경대응이 충분히 검토되고 준비된 대책이 아님을 실증했다.

실제 이날 오전 한승수 외교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부 간부회의에서도주일대사 소환과 같은 초강경 대책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당장 주일대사 일시소환이라는 강수를 선택함으로써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는 자칫 한·일간의 본격적인 외교마찰로 비화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가 이날 주일대사의 소환방침을 밝힌 뒤 급히 "3, 4일내에 귀임할 것"이라고 파문확산의 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은 외교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끄기' 성격이 크다.

그렇지만 일단 정부가 강경책으로 선회한 이상 방향을 섣불리 되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임성준 차관보가 "우리의 목표는 역사교과서의 왜곡된 사실이시정되는 것이기에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 문제 해결에 강한 입장을 채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일본측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더욱 강력한 외교적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전환함에 따라 향후 사태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대일문화개방 일정 전면 재검토, 공문서의 '천황'표기 '일왕' 수정 등 초강수 조치의 단행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그동안 검토배제 입장을 고수해온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역사교과서 문제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 북한과의 공동연대 등도 대일압박의 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현정부 출범 후 급신장해온 한·일 우호관계의 경색은 물론 후퇴마저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일 당시 채택한 '한·일 파트너십공동선언'에 의한 양국 우호관계의 기본틀을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문제에 강력 대처한다는 정부의 '두마리 토끼' 잡기 해법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단 국제사회에 분명히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10일 새벽(한국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 회의에서 교과서 문제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한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없다" "일본이 과거사에 사죄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신랄히 비판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주일대사 소환, 국제회의 석상에서의 비판 등을 통해 일본측의 자세전환을 촉구한 뒤 현재 교육부 전문가팀이 진행중인 8개 역사교과서 정밀분석 작업의 결과에 따라 추후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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