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파탄위기에 처한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민.소비자단체, 의료계, 정부 3자가 참여하는 공동협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 구체적인 골격과 일정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 기구는 지난 97년 노동법 개정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구성된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의 이같은 구상은 장기적인 보험재정 안정의 필수 선행조건인 이해집단간의 고통분담 노력을 정부의 정책수단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왜곡되어온 건강보험 재정의 만성적자구조를 건강하고 안정된 형태로 전환하고, 보험료 인상이나 의료수가 재조정 등과 같이 민감한 사안들을 최소한의 출혈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이같은 성격의 협의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복지부는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이 기구는 또 일부 의.약사들의 보험급여 허위.부당청구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의료계와 약계를 정부의 보험재정 안정 노력에 동참시킴으로써 국민과 의.약계간의 장기적인 이질화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연일 비등하는 여론의 분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의.약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는 복지부로서는 이 기구를 통해 정책수행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복지부가 자체 정화활동 활성화를 명분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의료단체들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에서 이 기구까지 가동되면 공은 완전히 의료단체쪽으로 넘어가는 셈이 된다.
의협 등 관련단체들이 거듭 주장해온대로 보험급여를 허위.부당청구로 빼돌리는 파렴치한 사례들이 일부 의.약사들에 국한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 스스로 도덕적청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험급여 허위.부당청구자료 공개-간접적인 징계권 허용-공동협의기구 구성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책들은 보험재정위기 타개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김원길 장관이 의.약계에 던진 승부수의 의미가 강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의.약계의 반발을 촉발하기보다는 의.약계 스스로 자율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충분한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익단체의 속성을 감안할 때 의협 등 관련단체들이 회원들의 부정적인 행태에 어느 정도 강도로 칼을 들이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널따란 멍석을 깔아놓은 상황에서 환부를 발견하고도 못본채 외면하거나 머뭇거릴수도 없는 것이 이들 단체가 처한 상황이다.
앞으로 의약계가 어떤 식으로 상황을 풀어갈 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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