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들이 멧돼지에 의해 파헤쳐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소백산맥 줄기인 영주시 단산면 '윗질막' 마을 문성복(65)씨는 최근 마을 뒷산의 선친.형님 묘소를 손질하러 갔다가 봉분이 멧돼지에 의해 파헤쳐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봉분 뿐 아니라 주변 나무까지 밑뿌리가 보일 정도로 파헤쳐져 있었으며, 멧돼지들이 몸을 부비고 간듯 털이 곳곳에 널러져 있었다는 것.
문씨는 "알고 보니 이 동네에만 10기 이상의 묘지가 멧돼지 피해를 입었다더라"고 했다. 또 인근 '아랫질막' 왕산골에서도 묘지 10여기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산면 삼가동 김영대(60)씨도 "지난 한식 때 모친 산소에 갔다가 봉분 대부분이 멧돼지들에 의해 파헤쳐져 있어 가토했다"며 앞날을 걱정했다.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 권영일(44) 이장 역시 "이런 일이 너무 잦아 많은 후손들이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북부 산간지역에서는 멧돼지로 인해 봄철에는 감자, 여름에는 조생종 사과(아오리), 가을에는 벼.고구마 등이 많은 피해를 입어 왔으나, 묘지 훼손은 최근에 부쩍 늘었다.
멧돼지가 왜 묘지를 파헤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영주 단곡리 주민들은 "작년 가을엔 멧돼지들이 좋아하는 도토리가 적게 떨어진데다 겨울에는 눈까지 잦아 먹이감이 모자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야생동물연구소 한성용박사는 "멧돼지는 잔디가 섞인 흙탕물에 몸을 뒹굴거나 비벼 몸 청소를 하는 습성이 있어 지난 겨울 눈이 내린 뒤 묘지 주변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멧돼지가 칡이나 나무뿌리를 캐먹기 때문에 이런 식물이 있는 묘지는 훼손 위험이 더욱 높다는 지적도 있다.
또 영주시청 박춘서(55) 산림보호 담당은 "묘사를 지낸 뒤 묘소 잔디 위에 뿌린 막걸리나 음식물 냄새를 맡고 주둥이로 파헤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렵 금지 이후 멧돼지가 너무 많아져 묘지까지 훼손 당하는 것"이라며, "사냥 허용 등 대책을 정부가 세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률에는 멧돼지 등은 농작물.사람.가축의 피해가 발생할 때만 포획 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잘 안되자 영주시는 올해 500만원의 예산을 책정,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영주·봉화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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