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1일 매향리 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에 따른 피해 역시 불법행위라는 점을 사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은 현재 수원지구배상심의위원회에 계류중인 매향리 주민 2천여명의 배상 신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유사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가늠한 직접적인 쟁점은 소음피해 여부였다.
주민들은 이 지역의 높은 자살률과 사망 또는 부상자 발생, 가옥 훼손, 청력 손실 등은 하루에 10회 이상 수십년간 지속돼온 매향리 사격장에서의 미군 폭격훈련에 따른 소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가측은 이를 반박해왔다.
매향리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없는 시간에는 50dB 정도의 소음수준에서 지내다가 사격훈련시에는 그 두배를 전후한 90dB 이상의 소음에 20분가까이 노출되는 과정을 하루에 10회 이상씩 반복해 수십년간 지내온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지난 99년 아주대 연구팀이 법원에 제출한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하루평균 소음도는 72.2dB로 일반 주거지역의 기준치 50dB을 훨씬 웃돌았다.
소음도 70dB 이상은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
국가측은 이 감정결과에 이의를 제기, 지난해 8월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법원은 소음 피해가 주민들이 참고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감정결과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또 매향리사격장의 공공성은 인정되지만 인근주민들의 이같은 피해를 상쇄시킬만한 특별한 이익을 얻고있지 못한 점, 주민들의 소음피해에 대한 대책수립을 국가나 미군측에 요청한 이후 20년 이상이 지나는 동안 효과적인 조치가 취해지지못한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배청구권이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소멸되는 점을 감안해 95년 2월 27일부터 98년 2월 26일까지 3년간의 손해배상만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나아가 이같은 주민 피해가 미군의 불법행위에 따른 것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그동안 안보논리에 눌려왔던 국민의 정당한 기본권 보장이라는 점에서 시민·인권단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매향리 주민들이 사격장 소음으로 인해 청력손실, 스트레스 등 각종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TV시청, 전화 통화, 자녀교육 등에 대한 생활방해등 각종 피해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군에 의한 환경피해 실태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밖에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한미행정협정(SOFA) 규정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또다시 개정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측 손배책임이 확정될 경우 미군이 공무 수행중 자신들의 잘못으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는 아무 잘못이 없더라도 일단 손해배상후 전체 액수의 75%는 미국측으로부터 보상받지만 25%는 떠안게 돼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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